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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내가 투사되면 나라가 시끄러울것"

정치 일반

    공지영 "내가 투사되면 나라가 시끄러울것"

    "소설을 통해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해 봤으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세상을 지탱하는 수많은 선한 힘에 주목
    - 대통령께서 소통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 도가니 찍을 때 강동원이 누구인지 모르고 만나
    - 김진숙 지도 위원 보며 품위 있는 삶 느껴
    - 나라를 위해 조용히 글 쓰는게 좋아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1월 7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공지영 작가


    ◇ 정관용> 시사자키 오늘은 여러분 좋아하시는 소설가 작가, 공지영 씨를 모셨습니다. 정말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이 많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고등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도가니는 또 정말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죠. 그 도가니 이후에 5년 만에 장편소설을 새롭게 펴냈습니다. 높고 푸른 사다리라고 하는 신작을 들고 나오신 공지영 씨, 어서 오십시오.

    ◆ 공지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네.

    ◇ 정관용> 무슨 뜻이에요, 제목이?

    ◆ 공지영> 그냥 높고 푸른 사다리요. (웃음)

    ◇ 정관용> 그 사다리 타고 올라가면 어디로 갑니까?

    ◆ 공지영> 글쎄, 높다는 건 천상의 어떤 것들을 의미하고요. 푸르다는 것은 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의미, 하늘도 있고 바다도 있고요. 그리고 사다리는 그곳으로 가고 싶은 인간의 어떤 본원적 욕망? 영원성에 대한 갈구 이런 것들을 좀 다루고 싶었습니다.

    ◇ 정관용> 이 책의 배경이 수도회.

    ◆ 공지영> 네.

    ◇ 정관용> 젊은 수사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습니까?

    ◆ 공지영> 네.

    ◇ 정관용> 바로 그게 수사들은 하느님을 모시고 하느님의 종으로 살겠다, 이런 사람들이잖아요.

    ◆ 공지영> 네.{RELNEWS:left}

    ◇ 정관용> 바로 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하느님을 만나는 겁니까? 그런 소설입니까?

    ◆ 공지영> (웃음) 보통 사다리라고 하는 것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수도의 가장 큰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성서에 나오는 야곱의 사다리에서 하늘나라의 통로가 바로 열리고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것들이 모든 수도의 상징으로 여겨서 서양에서도 사실은 야곱의 사다리나 이런 것으로 많은 작품들이 나왔죠. 그래서 저도 사다리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그런 열망을 조금 다루는데 이 제목을 썼습니다.

    ◇ 정관용> 제가 조금 아까 소개를 했습니다마는 특히 지난 5년 전 작품이 도가니였고. 그리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그렇게 오래 되지 않은 작품이고. 그렇죠?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10년 됐어요.

    ◇ 정관용> 10년?

    ◆ 공지영> 네.

    ◇ 정관용> 그리고 도가니 이런 게 굉장히 사회성 짙은 작품이란 말이에요. 도가니는 이른바 법까지 제정될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성추행 이런 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형수 이야기 이런 것들. 갑자기 오랜만에 들고 나오신 작품이 수도사? 왜 갑자기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서요.

    ◆ 공지영> 아니, 그렇지는 않고요.

    ◇ 정관용> 아니에요?

    ◆ 공지영> 제가 워낙 수도원 기행이랑 어렸을 때 다니던 성당에 관한 이야기들은 여러 가지 산문으로 좀 써봤었는데.

    ◇ 정관용> 원래 천주교 신자시죠?

    ◆ 공지영> 네, 어렸을 때부터 그렇습니다. 글쎄요. 작년에 대선 그다음에 제가 사회적으로 활동하면서 댓글 이런 걸로 저와 저희 아이들이 너무 큰 상처를 많이 받았었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 그러니까 근본으로 돌아가자. 좀더 원칙적인 것들을 한번 탐구해 보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제가 원래부터 이 작품을 집필하려고 예전부터 생각해 놨던 것을 이제 꺼냈죠. 이 작품이 탄생되게 된 배경에는 사실 한국전쟁 중에 있었던 빅토리아 메러디스 호의 흥남부두 구출작전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배경이.

    ◇ 정관용> 이게 언제예요?

    ◆ 공지영> 이 수도원과 이 이야기의 배경입니다. 1950년 12월 20일날 일어난 일입니다. 흥남철수 사건. 그러니까 이게 되게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데 제가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하게 되죠. 흥남부두에서 어떤 배 하나가 1만 4000명을 구출합니다. 이것은 여러 번 소개가 됐었고요. 또 기네스북에도 오르죠.

    ◇ 정관용> 배가 큰 배였어요?

    ◆ 공지영>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 정관용> 작은 배인데 계속 왕복했다 이거군요?

    ◆ 공지영> 아니요. 한꺼번에 다 태웠어요.

    ◇ 정관용> 작은 배에 1만 4000명을.

    ◆ 공지영> 층층이요. 원래 화물선이고 12명 정원의 배였는데요. 거기에 1만 4000명을 태웁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손실도 없이 사흘만에 거제도에 도착하죠. 그것은 세계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사건이고 이것을 지휘한 선장님이 한국전쟁 끝나고 사라지셨어요.

    ◇ 정관용> 선장이 누구였어요?

    ◆ 공지영> 선장이 레너드 라루라는 선장이었는데요.

    ◇ 정관용> 외국인.

    ◆ 공지영> 미국인이요.

    ◇ 정관용> 미국 사람.

    ◆ 공지영> 그리고 이것은 마치 역사의 한 장면처럼 막이 내립니다. 그런데 어느 날 2001년. 제가 이 소설의 무대로 삼은 왜관수도원 그러니까 베네딕도 수도원에 한 제의가 오죠. 미국에 있는 뉴튼 수도원에서 지금 젊은 사람이 너무 없어서 이 수도원을 문 닫게 되었으니까 젊은 분이 많은 한국에서 이것을 인수해 달라, 그래서 이분들이 가요. 그런데 사실은 굉장히 비관적인 마음으로 갑니다. 왜냐하면 너무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어떻게 하시기가 힘들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노수사분이 그러니까 한 50년을 수도사로 계셨던 분이 오시더니 제가 한국하고 인연이 좀 많은데 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씀을 하세요.

    ◇ 정관용> 그분이 그 선장이군요?

    ◆ 공지영> 네. 그분은 어쨌든 깊은 감명을 받으시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 바로 뉴튼에 있는 수도원 속으로 들어가셔서 미국 정부가 훈장을 줬을 때 단 한번 외출하시고 50년 동안 거기에서 나오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더 소설 같은 일은, 이게 실화예요.

    ◇ 정관용> 스토리가 다 소설이에요, 지금.

    ◆ 공지영> 실화인데 한국에서 가신 분들이 되게 놀랐고 이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이분이 이틀 후 돌아가세요.

    ◇ 정관용> 아이고.

    ◆ 공지영> 이거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인데. 그 구절을 제가 예전 10년 전에 읽고 아, 언젠가는 내가 이걸 꼭 소설로 쓰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 자체는, 이것 자체는 너무 사실이어서 제가 먼저 이야기 말씀드린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들. 그러니까 신과 인간, 죽음과 사랑, 이별 이런 것들하고 제가 쭉 연결해서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수도회 젊은 수사들의 고뇌, 사랑 이런 스토리들이 펼쳐질 텐데, 소설이니까.

    ◆ 공지영> 그렇죠.

    ◇ 정관용> 그 중에 바로 이 미국.

    ◆ 공지영> 마리너 수사님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 정관용> 들어가요?

    ◆ 공지영> 네.

    ◇ 정관용>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그분을 만나는 건가요?

    ◆ 공지영> 만나죠. 여러 가지 얽혀 있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제가 배경 속에 깔고. 지금 현재를 동떨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은. 더군다나 수사라면 문 닫힌 수도원에서 진짜 아무 상관없이 살아갈 것 같지만 이 사람들을 역사적 배경으로 자꾸 접촉하게 만들면서 이 사람들이 또 다른 것들을 찾죠. 결국 제가 보기에는 수도원에서 찾는 그 죽음과 사랑, 구원의 문제나 전쟁 속에서 선장님이 찾으셨던 구원과 생명. 이런 문제가 저는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 정관용> 같은 거죠.

    ◆ 공지영> 네.

    ◇ 정관용> 혼자서 화두를 붙잡고 용맹정진하면서, 이건 불교용어가 갑자기 나왔습니다마는. (웃음) 죽음, 사랑, 구원, 생명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과. 그게 기본적으로 수사들이 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 공지영> 그렇죠.

    ◇ 정관용> 그러나 역사 속에서 진짜 사회와 함께 맞닥뜨리면서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과, 그게 다르지 않다?

    ◆ 공지영> 다르지 않을 뿐더러.

    ◇ 정관용> 그 속에서 이들이 무슨 깨달음을 얻나요?

    ◆ 공지영> 아무래도 소설이 결말을 얻으려면 깨달아야 하겠죠. (웃음) 그런데 이제 이 수도원은 여러 가지 수도원의 종류가 있는데 특히 베네딕도가, 우리나라에 있는 이 베네딕도 수도원은 굉장히 사회활동을 많이 했어요. 저도 이것 때문에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까 우리나라 역사를 고스란히 함께 하셨더라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해방신학을 가장 먼저 소개하신 데도 분도출판사라고 이름된 왜관수도원이었고요. 그다음에 박정희 유신 때도 탄압을 많이 받으셨죠. 그런 것도 그다음에 이분들은 보통 그냥 기도만 하시는 수사님들하고 다르게 오자마자 항상 인쇄소를 짓고 맥주공장 지으시고 소시지 만드시고 목공예 하시고.

    ◇ 정관용> 생산 활동을 하셨군요.

    ◆ 공지영> 네, 그런데 이분들도 북한에서 수용소에 끌려가서 38명이 돌아가셨죠. 순교하신 거예요. 그 이야기도 이번에 들어갑니다, 여기에.

    ◇ 정관용> 이 소설에.

    ◆ 공지영> 네.

    ◇ 정관용> 시공을 넘나들겠네요, 그러면.

    ◆ 공지영> 그러지는 않아요. (웃음) 잘 배치를 했습니다.

    ◇ 정관용>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언제예요?

    ◆ 공지영> 현재예요.

    ◇ 정관용> 오늘날 우리의 현실.

    ◆ 공지영> 현재인데 그런 과거들이 들어오죠.

    ◇ 정관용> 그 수사들이 과거의 일과 연관되어 있는 어떤 분들을 만난다든지 이렇게 되는군요?

    ◆ 공지영> 그렇죠. 결코 먼 과거는 아니고요. 그분들도 결국 또 수용소에서, 전쟁 중에 수용소에 끌려가서 북한 치하에서 38명이 순교하시는데 그분들도 똑같이 묻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세 가지 사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그거예요. 하나님 대체 왜.

    ◇ 정관용> 대체 왜?

    ◆ 공지영> 네. 그것이 이 소설의 주제어고.

    ◇ 정관용>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그거예요?

    ◆ 공지영> 그렇죠, 우리에게 왜 이런 시련이보다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이 또.

    ◇ 정관용> 전쟁 중에 1만 4000 피난민과 함께 해야만 했던. 그것도 정말 목숨을 건 것일 거 아니에요?

    ◆ 공지영> 목숨을 엄청 걸었죠.

    ◇ 정관용> 그런 것 또.

    ◆ 공지영> 또 38명이 순교하는 그 상황에 계셨던 것. 그다음에 이 젊은 수사는 현대에서 겪는 다른 일들을 겪죠. 이 세 사람들이 똑같이.

    ◇ 정관용> 현대에 겪는 다른 일에는 혹시 사회성 짙은 그런 건 없어요?

    ◆ 공지영> 그런 것도 약간 들어가죠.

    ◇ 정관용> 뭐가 들어갑니까? 혹시 대선개입, 댓글 이런 것 들어갑니까?

    ◆ 공지영> (웃음)

    ◇ 정관용> 그건 안 들어가요?

    ◆ 공지영> 그건 안 들어가고요. 여기에서도 역시 종교적. 오소독스한 보수적 종교와 젊은 수사들의 정치적 성향의 충돌 같은 것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젊은이들이 희생되기도 하고 이런 갈등들이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수도원이라고 해서 어차피 이 세상의 모든 괴로움에서 면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분들은 보다 더, 말하자면 우리보다 좀더 치열하게 물으셨겠죠. 제가 아마 그래서 이분들을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 정관용> 대체 왜. 왜던가요?

    ◆ 공지영> 모르죠, 저도. 그것은 신만이 아시는 거지만. 제가 하고자 했던 말은 이런 겁니다. 대체 왜라는 것은 저 자신이 사춘기 때부터 지금까지 신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다른 각도로 한번 생각해 봤죠. 그 마리너 수사님, 아까 1만 4000명 구하신 분. 대체 왜 구하셨습니까? 목숨을 걸고. 혼자 도망 나와도 되는데, 이런 질문. 또 38명 순교하셨을 때 살아오신 분들이 서독 정부하고 나중에 협상을 통해서 수용소 생활 3년 만에 38명을 잃고 서독으로 다 귀환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세요. 그래서 왜관수도원에 계시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공지영> 그분들한테도 또 묻고 싶었죠. 왜? 왜 돌아오셨습니까? 이 땅에, 뭐하러. 정말 돼지라고 불리우면서 가축 취급 받으시거든요, 거기에서. 한국인들에게.

    ◇ 정관용> 수용소에서.

    ◆ 공지영> 네, 수용소에서. 왜 돌아오는지. 그리고 정말 수많은 사람들. 이 시간에도 예를 들면 이웃을 위해서 봉사하시고.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정말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 애쓰시는 분들에게도 똑같이 질문해야 한다는 답을 얻었죠, 제가. 대체 왜. 왜 이런 일을 하십니까? 나쁜 일일뿐 아니라 결국 그렇게 묻는다면 제가 신에게 물었던 그 나쁜 일 앞에서, 왜 저 죄도 없는 사람들은 저런 고통을 받아야 되고 왜 저는 이런 고통을 받아야 됩니까? 라는 질문에 이상하게 답이 좀 생겨나더라고요.

    ◇ 정관용> 생겼어요?

    ◆ 공지영> 그건 소설을 읽어보시면 될 거예요. (웃음)

    ◇ 정관용> 그래도 조금만 힌트 좀 주세요.

    ◆ 공지영> 한마디로 그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아까도 말씀드린, 똑같이 공평하게 질문해 보라고 말씀드리는 거죠. 저 사람은 오늘 하필 왜, 대체 왜 나에게 친절할까. 내가 저번에 5000원 빌린 것도 안 갚았는데. 이런 질문들을 하게 되면 세상이 조금 바뀌어 보이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무슨 뜻일까요?

    ◆ 공지영> 한번 해 보세요. (웃음)

    ◇ 정관용> 저 사람은 왜 나한테 저럴까? 그거 하나하나를 생각하면 역지사지가 된다는 얘기인가요?

    ◆ 공지영> 글쎄요.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나쁜 일들이 우리 눈앞에 너무나 잘 드러나지만 또 그것을 팽팽하게 이 세상을 아직도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선한 힘들에 대한. 그런 긍정 같은 것들을 좀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안 그러면 너무 절망스러운 시대일 것 같아요.

    ◇ 정관용> 지난해에 아주 모질게 당하셨죠?

    ◆ 공지영> 그렇죠. 아직도 많이 당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하셨고.

    ◆ 공지영> 네.

    ◇ 정관용> 또 투표하기 한 열흘 전에 단식도 하셨고.

    ◆ 공지영> 네.

    ◇ 정관용> 그런데 결국은 패배했고.

    ◆ 공지영> 네.

    ◇ 정관용> 또 댓글 등등으로 공격도 많이 받으셨고.

    ◆ 공지영> 엄청 받았죠.

    ◇ 정관용> 경찰에 불려가 조사도 받지 않으셨어요?

    ◆ 공지영> 네, 피의자 신분으로. 그게 바로 이번에 좌익 효수님의 부모님과 그분의 주소를 공개한 인권침해로 제가 고발당했는데. 다시 보니까 거기 부모님 이런 얘기는 전혀 없고요. 이런 거였어요. 트윗 내용이 지금 여기가 이분이 문을 안 여는데 이분의 집이 아니고 이 주소는 이런데 주인 되시는 분 있으면 이분의 신원을 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 주소를 제가 리트윗을 한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오피스텔.

    ◆ 공지영> 네, 주소로. 그것이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됐는데. 그래서 평생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출두했는데.

    ◇ 정관용> 피의자?

    ◆ 공지영> 피의자. 그리고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와서 뭐죠? 그게 기소가 안 되는 거 뭐죠?

    ◇ 정관용> 불기소?

    ◆ 공지영> 불기소인가?

    ◇ 정관용> 무혐의?

    ◆ 공지영> 네, 뭐 그런 걸로 그냥 끝났어요.

    ◇ 정관용> 좌우간 그렇게 모질게 당하고 있어보니 아우, 세상은 정말 너무 싫어. 그런데 대체 왜라고 자꾸 묻다 보니까 아, 그래도 착한 일하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 참 많구나.

    ◆ 공지영> (웃음)

    ◇ 정관용> 이게 보이더라, 그 얘기입니까?

    ◆ 공지영> 그렇게 단순하게 얘기할 거면 제가 긴 소설을 쓸 필요가 없죠. (웃음)

    ◇ 정관용> 정말 소설 꼭 사게끔 만드시려고 이렇게.

    ◆ 공지영> 그런데 상당히 역사적으로 제가 숨어 있던 많은 사실들을 앞으로 끌어내서 놀라시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이거는 그런데 저도 굉장히 쓰면서 저 자신이 많이 감화되었습니다. 그분들 이야기 전체에.

    ◇ 정관용> 그분들의 삶.

    ◆ 공지영> 네, 삶 전체.

    ◇ 정관용> 그 어려운 속에서 그렇게 버텨내고 다시 또 한국으로 오시고 이런 것들.

    ◆ 공지영> 그리고 선의도 잃지 않으시고. 인간에 대해서 절대로 절망하지 않으시더라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공지영 작가도 그렇게 선의를 잃지 않고 좋은 일하며 살겠다, 그런 건가요?

    ◆ 공지영> (웃음) 글쎄, 모르죠. 전 워낙 유혹에 약해서.

    ◇ 정관용> 어디 인터뷰를 보니까 최근 품위 있는 삶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이렇게 말하셨던데. 그게 뭐예요? 품위 있는 삶이.

    ◆ 공지영> 저도 그냥 막연하게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어느 날 발견했죠.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거기 컨테이너에 사시는 어떤 노 아버지가 그러니까 늙은 아버지가 병든 딸을 끝까지 사랑하고 수발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양반이 이렇게 다큐멘터리에서 걸어 나오시는 모습을 딱 보는데 정말 품위가 있었어요. 제가 그때 아, 품위라는 건 인간이 정말 진실되게 사랑할 때 나타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또 하나 제가 품위를 발견했던 것이 예전에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었던 김진숙 씨, 그분에게서.

    ◇ 정관용> 민노총 지도위원.

    ◆ 공지영> 그분에게서도 제가 굉장히 품위를 봤죠. 그것은 아마, 글쎄요. 제가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하면 뭐라고 딱히 꼬집어 낼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분들이 굉장히 품위 있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 정관용> 해석컨대는 진실한 사랑, 자기의 삶에 대한 열정.

    ◆ 공지영> 아마도 그렇겠죠.

    ◇ 정관용> 그런 거겠죠? 남들에게 그런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앞장서서 희생하겠다라고 하는 용기.

    ◆ 공지영> 뭐 그런 것들, 네.

    ◇ 정관용> 그런 것 아닐까요?

    ◆ 공지영> 그런 것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사실은 포기하고 싶잖아요, 그런 것들 많이. 그런데 아마 그런 것들을 나이가 들수록 갖고 계시는 분들이 제 눈에 되게 품위 있게 보였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이 두 가지 사례를 얘기했잖아요. 다큐멘터리, 컨테이너에 사는 늙은 아버지.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

    ◆ 공지영> 불치병 딸을 가진.

    ◇ 정관용> 그 아버지에게서 느낀 품위와 김진숙 지도위원에게서 느낀 품위는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종류가 달라요. 이거 중요한 질문이에요. 공지영 작가는 품위 있는 삶에 대해 고민 중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처럼 살려고 합니까? 그 아버지처럼 살려고 합니까?

    ◆ 공지영> 저는 그 두 삶이 절대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정관용> 같아요?

    ◆ 공지영> 네.

    ◇ 정관용> 조금 더 쉽게 질문하면 만약 김진숙 지도위원처럼이라고 딱 하면 훨씬 더 투사가 되실 것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 제가.

    ◆ 공지영> 저는 투사가 될 어떤 자질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웃음) 제가 투사가 되면 너무 시끄러울 거예요, 아마. 좌충우돌 하도 말썽을 일으켜서. 저는 나라를 위해서 가만히 글을 쓰는 게 제일 좋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말씀 도중에 했지만 지난해 그런 여러 가지 마음고생도 많으셨을 터고. 그런 것에서 아, 근본으로 돌아가 보자. 그래서 대체 왜라는 질문을 갖고 죽음, 사랑, 구원 이 문제를 붙들고 글을 쓰신 건데. 독자들한테 이 말을 내가 꼭 하고 싶었다. 대체 왜라는 질문 속에 사실 들어 있기도 합니다만. 어떤 말을 또 하고 싶으셨어요?

    ◆ 공지영> 글쎄요. 사실은 사랑하면 상처 많이 받고 어떤 식의 사랑이든. 그런데 또 그럼 사랑을 안 하면 뭐할까, 이런 생각. 좀 질문을 하고 싶었고요. 제가 이 책의 후기에 썼지만 이 소설 전체가 여러분들에게 어떤 인생에 대한 하나의 커다란 질문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취직, 돈, 이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어떨까. 또 그런 것들이 작가가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

    ◆ 공지영> 그 다음 것은 사실은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 다음 문제거든요. 급하기는 하지만.

    ◇ 정관용> 작가로 돌아가서 근본적 고뇌를 해 봤다라고 하셨는데. 많은 분들이 아니, 우리 공 작가께서 지금 우리 사회에 쓴소리 하고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해 주셨으면 하고 기다리시는 분들도 좀 있지 않나요?

    ◆ 공지영> 이 정도면 되게 많이 한 것 아니에요? (웃음) 제가 작가인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소설을 쓰면서 한번 더 느꼈죠. 이 소설을 쓰는 1년 동안 제가 2번 정도 외출하고 거의 작년에 했던 그런 사회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잘하고 또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글 쓰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사회적인 역할을 하더라도 글을 통해 역할하고 싶다?

    ◆ 공지영> 네.

    ◇ 정관용>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 잘 하고 있나요? 이런 질문 받으면.

    ◆ 공지영> (웃음)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 정관용> 어떤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랍니까?

    ◆ 공지영> 글쎄요. 얼마 전에 트위터에 보니까 박근혜 대통령께서 해외 인터뷰 8번인가? 9번인가를 하고 국내 인터뷰 0번, 이렇게 나온 것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어요. 하다못해 이렇게 작은 소설을 내는 저도 인터뷰를, 사실 부르면 저도 약간 가리기는 합니다마는. 그래도 웬만하면 나가서 저의 의견을 말하고 이걸로도 또 엄청 사실은 악성 댓글도 받지만 그렇게 하는데. 한 나라의 대통령께서 소통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0번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도.

    ◇ 정관용> 잘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습니다라는 답변이 작년과 달라진 우리 공지영 씨를 만나는 것 같네요. (웃음)

    ◆ 공지영> 그건 좀 다를 수밖에 없는 게, 선거 국면에서 제가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과. 지금 예를 들면 어쨌든 댓글의혹과 국정원 부정개입 사건이 있는 곳에서 제가 한마디로 말한다는 것은 사실은 좀 위험한 일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이 책 높고 푸른 사다리. 이틀 만에 11만 부나 팔렸답니다. 인기가 대단하신데.

    ◆ 공지영> 네, 저도 좀 놀랬어요.

    ◇ 정관용> 혹시 이게 영화로 만들자라는 제안 없었어요?

    ◆ 공지영> 아직은 없는데요. 지금 나온 지 닷새 됐습니다.

    ◇ 정관용> 만들자고 그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 공지영> 그럼 좋죠, 저는. (웃음)

    ◇ 정관용>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감독이 있나요?

    ◆ 공지영> 아니요, 잘 몰라요. 영화를 잘 안 보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공지영> 네.

    ◇ 정관용>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도가니도 다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 공지영>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 같고요. 사실은 제가 영화, 드라마 이런 것 잘 몰라서. 그때도 에피소드가 강동원 씨가 주연이라고 하는데 제가 강동원 씨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채로 만났는데.

    ◇ 정관용> (웃음)

    ◆ 공지영> 굉장히 잘 생기셨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딸한테 몰래 문자를 보냈죠. 그랬더니 이렇게 유명하신 분을 몰라서 제가 좀 죄송했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다음 작품 구상하고 계신 것은?

    ◆ 공지영> 이것의 후속으로 이것과 어떤 의미에서 세트가 된다고 할까요? 산문 준비하고 있고요. 수도원 기행 2가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건 언제쯤 나올까요?

    ◆ 공지영> 글쎄요. 한 봄이나 여름쯤? 지금 취재는 대충 되었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왕성한 집필활동 기대하며 지켜보겠습니다.

    ◆ 공지영> 아유, 감사합니다.

    ◇ 정관용>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공지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공지영 작가 보내드리면서 오늘 인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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