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시행된 수준별 수능이 7일 막을 내렸지만 수험생들은 '깜깜이 지원'을 할수 밖에 없어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국어·수학·영어 3개 영역 A·B형 실제 응시자들의 성적 수준과 분포를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시 1차에 지원해 놓고 수능점수 최저 학력기준을 맞춰야 하는 수험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수준별 시험에서 몇등급을 받을지 오는 27일 성적 통지때까지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성적 통지일 전인 11∼15일 수시 2차 원서접수를 하는 대학도 많아 수험생들은 수시에 지원할지, 성적을 보고 다음달 19일부터 원서를 받는 정시모집에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 국영수 중위권 학생에 유리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대체적으로 중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했던 것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는 국어 영역에 대해 "꼼꼼히 읽어야 하는 문제는 하위권 학생의 점수 하락 요인"이라면서 "고난도 문제가 더 어려워져 상위권 등급 커트라인이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김 교사는 "반면 중위권은 큰 변동폭이 없을 것으로 보여 학생들은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등급 확인을 통해 논술 응시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학과 관련해 김창현 수원동우여고 교사는 "특히 수학 A형은 중하위권 학생이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해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사는 "지난해 수능에서는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 학생이 많이 보는 수리 나 영역을 응시한 뒤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올해는 대부분 자연계 대학이 수학 B형 응시생만 원서를 받아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유리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 "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88~92점" 이투스청솔은 수학 A형은 지난해 수리 나와 9월 모의고사 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또 수학 B형은 지난해 수리 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9월 모의고사 보다는 조금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내다봤다.
이투스청솔은 수학 A·B형 모두 만점자 비율은 1%보다 작은 0.5~0.8% 정도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1등급 커트라인은 수학 A형이 88점 전후, B형은 92점 전후로 전망했다. 수학은 지난해 가형과 나형 모두 1등급 컷이 92점이었다.
종로학원은 수학 A·B형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 조금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했다.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A형은 비슷하게, B형은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1등급 추정점수는 A형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92점, B형은 지난해 보다 하락한 90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평가원은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기본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종합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을 출제하는 것이 기본방향이었다고 강조했다.
■ 영어 B형이 수능 당락 좌우하나 수준별 수능 도입으로 영어 B형에 인문·자연계 구분없이 상위권 학생들이 집중되면서 영어 B형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응시집단이 지난해 외국어 영역 때보다 줄어든 대신 상위권 학생들이 몰렸고, 이번 시험도 상당히 까다롭게 나와 영어 B형에서 좋은 점수와 등급을 받는 것이 수시 최저학력기준 충족이나 정시 모집에서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장환 세화여고 교사는 영어 영역에 대해 "B형이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돼 상위권에 있어서 인문계든 자연계든 전체 과목 가운데 영어 B형의 점수가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또 수학 B형이 어렵다는 평가도 많아 이번 수능에서도 수학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입시학원들 "등락폭 전망 힘들다" 수능 당일 전년도 수능과 비교한 영역별 점수 등락폭과 1등급 커트라인 추정치를 공개해온 입시학원들은 "올해는 정말 자신없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있다.
일부 학원을 제외한 대부분 학원들은 "A형은 9월 모의평가보다 쉽다" "B형은 작년 수능보다 어렵다" 수준의 분석만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응시집단이 양분돼 등급커트라인을 추정할 때 틀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 가채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