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필리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활약한 김민구(사진 왼쪽)과 조성민이 프로 무대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다 (사진 제공=KBL)
지난 8월 필리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가 끝난 뒤 조성민(부산 KT)은 후배 김민구(전주 KCC)에 대가성 금품을 요구(?)했다. 사연은 이렇다.
대회 기간에 전수해준 노하우가 효과를 볼 경우 김민구가 대가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조성민의 주장이다. 그러자 김민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민이 형에게 슛을 쏘기 전의 움직임과 빅맨의 스크린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김민구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를 주기로 한 적은 없다고 우겼다.
수업료를 내놔라, 못주겠다, 유쾌한 말다툼이 오가는 과정에서 둘의 표정은 한없이 밝아보였다. 조성민과 김민구는 대회 기간에 대표팀의 슈팅가드 포지션을 책임지면서 부쩍 가까워졌다. 서로 같은 고민을 하다보니까 끈끈한 정도 생겼다.
조성민과 김민구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나란히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한국 남자농구가 16년 만에 세계 대회에 진출하는 데 있어 큰 공을 세웠다. 김민구는 12.7점을 올렸고 조성민은 45.9%라는 놀라운 3점슛 성공률을 발판 삼아 12.3점을 기록했다.
조성민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로 이름을 날린 지 오래다. 김민구는 필리핀 대회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남자농구의 외곽을 책임졌던 둘이 프로 무대에서의 첫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조성민이 이끄는 부산 KT는 8일 오후 7시 홈 구장인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 전주 KCC를 불러들여 정규리그 2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지난 1라운드 대결에서는 김민구가 KCC에 합류하기 전이라 맞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조성민이 연장 막판 결승 자유투를 넣어 KT 승리를 이끈 날이다.
두 팀은 지난 시즌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 시즌은 다르다. KCC가 7승3패로 단독 3위에, KT는 7승4패 공동 4위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둘은 대표팀에서는 좋은 동료이자 선후배로 지냈다.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냉정한 승부를 펼쳐야 할 시간이 왔다.
조성민은 앤서니 리처드슨과 더불어 KT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올 시즌 평균 17.8점을 기록해 전체 4위, 국내 선수 중 1위에 올라있다.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