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의 프로 2년차 센터 장재석 (자료사진 제공=KBL)
"언젠가는 깨우칠 겁니다"
지난 해 10월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부산 KT에 입단한 센터 장재석(22, 204cm)을 바라보는 전창진 감독의 시선에는 아쉬움 만이 가득 했다.
2013-2014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재석은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하자 장재석은 움츠러들었다. 공을 잡으면 허둥지둥하기 일쑤였고 자신감도 사라졌다.
전창진 감독은 "연습경기를 할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정식 시합만 하면 조급하게 경기를 한다"며 아쉬워 했다.
그래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다. 이유는 하나다. 전창진 감독은 "재석이가 정말 열심히 한다.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고 단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선수는 당장 부족해도 기회를 줘야 한다. 언젠가는 깨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날이 왔다. KT는 10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홈 경기에서 장재석의 잠재력을 엿봤다.
KT는 초반부터 SK에게 끌려갔다. SK는 지난 9일 서울 삼성전에서 기록한 총 득점(45점)의 절반에 가까운 22점을 1쿼터에 몰아넣었다. 반면, 외곽포 위주의 KT는 공격에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성민과 오용준의 놀라운 슛 집중력을 앞세워 힘겹게 버텼다.
KT가 30-33으로 뒤진 2쿼터 막판, SK는 비장의 무기인 3-2 지역방어를 앞세워 전반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이때 장재석의 덩크가 터졌다. 앤서니 리처드슨이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베이스라인에서 골밑으로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빈 공간이 생겼고 리처드슨의 패스 타이밍도 좋았다.
이어지는 공격에서 장재석은 상대 수비를 펌프 페이크로 제친 뒤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장재석은 골밑에서 공을 잡고 급하게 볼 처리를 할 때가 많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앞선 공격에서의 덩크가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진 듯 보였다.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장재석은 3쿼터 들어 어시스트 3개를 기록했다. 김도수와 오용준이 장재석이 만들어준 빈 공간을 이용해 3점슛 3개를 합작했다. 장재석은 골밑에서 차분하게 외곽 찬스를 봤다. 예전에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장재석의 집중력은 승부처에서도 빛을 발했다. KT가 68-66으로 앞선 4쿼터 막판 김선형이 골밑으로 찔러준 패스를 가로챘고 이어지는 공격에서는 귀중한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장재석의 분전이 KT에 힘을 실어줬지만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KT는 4쿼터 종료 28초를 남기고 변기훈에게 역전 3점슛을 얻어맞고 결국 68-71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