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위기이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 이어 올해 두 차례의 재보선에서 모두 패하는 등 2년째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고, 당 지지도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기에서 벗어날 조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됐고, 해법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9차 국민결의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기자
민주당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위기이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선거·정치개입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고 박근혜정부의 공약파기로 민심은 돌아섰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지지도는 내려가고 민주당은 대안세력으로 부상해야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지지도는 60%를 오르내리고 있고 민주당의 지지도는 여전히 20%대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4~7일 전국의 19살 이상 남녀 1211명을 조사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58%였다.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1%, 민주당 22%, 통합진보당 2%, 정의당 1%, 지지정당 없음 33%였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8%포인트)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2일 전국의 19살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가 59.5%, 지지정당은 47.3%가 새누리당, 22.7%는 민주당이었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여당같은 야당" 새누리당보다 치열함 떨어져
그렇다면 외부환경이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하는데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기대와는 달리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초선의원 A씨는 “의사결정의 중추인 3선 이상 의원과 18대에 낙선하고 19대에 입성한 재선의원들이 여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며 “여당같은 야당”에서 한 원인을 찾고 있다.
민주당에서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43명이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 총선에 낙선했다 지난해 19대 때 재입성한 재선의원은 16명이다.
지금의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지난 2004년과 그 이전에 의정활동을 시작한 의원들의 치열함이 오히려 현재의 여당인 새누리당만 못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선의원 B씨는 “선당후사 정신이 부족하다”며 “새누리당에 비해 수평적이고 개별적인 문화들이 있다 보니 현안을 앞두고 일사분란함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3선의원 C씨는 분열된 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비춰진 결과가 현재이 지지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C의원은 “계파갈등 등 당 내부가 서로 믿고 단합하지 못했다”며 “이런 모습이 국민에게 전해진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고 자성했다.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특검도입 촉구 19차 범국민 촛불집회' 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기자
▲잦은 이합집산에 등 돌리는 유권자들
당 밖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정치평론가 D씨는 “수시로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정당에게 누가 지지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000년대 들어 민주당은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을 거쳐 다시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그 때마다 이합집산을 거듭 했다.
18대 대선을 치른 민주통합당은 7명이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번갈아 맡으며 평균 재임기간이 5개월에 불과했다.
이처럼 잦은 ‘헤쳐 모여‘와 지도부 교체로 인해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의 충성도가 낮은 정당이 유권자들부터 높은 지지를 받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명을 14년 3개월 동안이나 사용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부자와 기업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고소득층, 서울 강남 등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는 민주당은 저소득층으로부터 받는 지지도가 새누리당보다 떨어져 도대체 누구를 대표하는 정당인지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친박·친이보다 더한 계파 갈등
뿌리 깊은 계파갈등도 민주당이 외면을 받은 요인이다. 평론가 E씨는 “민주당의 주류가 친노라는 점에서 계파 갈등이 아니라 친노 패권주의”라고 단정지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최근 홍영표 의원의 비망록 출판에서 보듯 친노가 번번히 지도부의 공식적인 행보에 제동을 걸며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친노가 이른바 ‘강경파’로 분류되며 당의 강경노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친노를 제외하면 이같은 노선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지 않다.
계파갈등도 새누리당과 비교된다. 새누리당에도 친박·친이의 갈등이 있지만 당 지지도를 떨어뜨릴 만큼은 아니다.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결국 총체적인 위기이다. 때문에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2016년 총선에서도 희망이 없다는 말이 벌써부터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왠만한 성적을 올리더라도 "잘 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RELNEWS:right}
지난 대선 때의 득표율과 현재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를 대입할 경우 수도권 일부와 호남을 제외하면 승리를 장담할 만한 지역도 별로 없다.
“이대로 가면 망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전조는 이미 나타났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의 현 주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