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은 어디를 가나 질 좋은 대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 죽향(竹鄕)이다.
남도의 따뜻한 기온과 적당한 강수량, 황토 등이 어울려 대나무의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풍광이 수려한 곳이면 어김없이 정자가 들어서 있는데, 예로부터 송순, 정철 등 한국의 대문호들이 자연을 벗 삼은 정자를 무대로 활발한 예술 활동을 벌였던 가사문학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담양을 드러내는 첫 번째 키워드는 역시 대나무다. 국내 대나무의 25%가 자라고 있으니 가히 '대한민국 대나무 1번지'라 부를 만하다. 대나무들이 빈틈없이 들어찬 대숲을 산책하는 경험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상쾌하다.
댓잎과 바람, 산새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자연의 교향곡은 도시인들의 축진 몸과 깎여나간 정신을 회복시켜준다. 대나무 사이사이로 비치는 봄 햇살은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모습이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예로부터 사대부들의 사랑을 흠뻑 받았다.
특히 담양은 대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기후와 토질을 가지고 있어 일찍이 죽공예가 발달했다. 담양군청 바로 곁에 있는 죽물박물관은 대나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전시실은 조상들이 만들었던 죽제품과 그것을 만드는 모습,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죽제품과 대나무 관련 각종 자료들로 꾸며져 있다.
담양의 죽물 기능인들이 상주하며 간단한 대나무 제품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는데, 아이들 현장교육으로도 손색이 없다.
담양에서 하늘을 향해 꼿꼿이 뻗어 올라간 것은 대나무만이 아니다. 광주에서 국도를 따라 담양군으로 넘어오면서부터 도로 양편에 60~70미터 높이로 쭉쭉 솟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만날 수 있다.
무성한 잎들이 하늘을 가려 마치 산중 '숲터널'을 연상시키는 이 길은 전국 제일의 가로수길이다. 사시사철 시원한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특히 단풍이 절정을 이룰 때 가장 눈이 부시다.
◈대한민국 대표 정원, 소쇄원
대나무의 고장 담양은 정자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줄잡아 30여 개의 정자와 그 정자를 품고 있는 정원들이 여럿 산재하는데,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으로 일컬어지는 소쇄원(掃灑園)이다.
작은 계곡 여기저기에 정자와 나무를 배치한 인공 정원인데, 인공적으로 보이지 않는 멋이 있다.
작은 계곡물은 무척 차고 대나무로 만든 수로는 오랜 세월을 말해 주듯 두꺼운 이끼에 덮여 있다.
정원의 조경학적 의미와 그 안에 놓인 정자들의 의미를 음미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조용한 가운데 듣는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야말로 소쇄원을 찾는 목적이 되어준다.
소쇄원은 조광조의 제자인 양산보가 스승이 기묘사화로 죽자 벼슬을 던지고 담양에 들어와 계곡과 어우러진 정자를 짓기 시작한 이래 3대, 70년에 걸쳐 완성했다.
'소쇄'라는 이름은 '맑고 깨끗하다'는 뜻인데, '속세를 떠났다거나, 처량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소쇄원은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다른데, 어떤 이는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을 가진 제월당에 앉아 달빛을 바라볼 때 소쇄원의 참 멋을 느낄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이는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광풍각에서 봄꽃을 바라볼 때 가장 고혹적이라고 한다.
핵심은 정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자에서 세상을 관람해야 소쇄원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쇄원의 원주인 양산보는 이 특출한 정원을 너무나 아껴 "절대로 남에게 팔지 말 것, 하나라도 상함이 없게 할 것, 그리고 어리석은 후손에게는 물려주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