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가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100조원대의 거대 금융제국을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에서 행정·입법·사법 3권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 권력자 하메네이의 자금줄이 수면 위로 부상함에 따라 서방과 이란 간 진행되는 핵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은 하메네이가 '세타드'라는 이름의 거대기업을 통해 이란 일반 국민의 부동산을 편법으로 몰수해 재산을 불려왔으며 그 규모가 950억 달러(약 101조9천억원)에 달한다고 11~12일 연재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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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드의 자산 규모는 이란의 지난해 석유판매액보다 40% 많으며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된 팔라비 전 이란 국왕의 자산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치는 세타드 직원 발언과 테헤란 증권거래소 및 기업체 자료, 미국 재부무 정보 등을 토대로 재구성됐다.
그러나 세타드의 정확한 자산 흐름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세타드가 이란 의회조차 최고지도자의 허가 없이는 조사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로이터가 지난 6개월간 조사한 정보로는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 직전 설립한 조직인 세타드는 국민의 토지를 강탈하다시피 하며 자산을 불려왔다.
특히 바하이교 신자 등 종교적 소수자들을 비롯해 사업가나 외국에 거주하는 이란인들의 부동산이 주요 몰수 대상이 됐다.
세타드는 법원에서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이 버려진 것이라고 허위로 주장, 부동산 소유권을 자신들 앞으로 돌려놓았다.
그러고는 몰수한 부동산을 경매에 내놓거나 심지어는 원주인에게 임대료를 받아내는 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지난 2008년 기준 세타드의 부동산 자산은 총 자산의 절반이 넘는 52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타드는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금융과 석유, 통신을 비롯해 심지어는 피임약 생산이나 타조 농장 운영까지 이란 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손을 뻗치며 몸집을 불렸다.
미국 재무부도 세타드의 성장이 범상치 않음을 눈치 채고, 지난 6월 세타드에 '이란 지도자의 자산을 숨겨주기 위해 전면에 나선 기업 네트워크'라는 꼬리표를 달아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세타드는 종종 빈곤 지역에 학교나 도로, 전기시설을 짓는 등 자선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활동에 들어간 자금은 세타드가 축적한 부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은 재분배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꼬집었다.
평소 검소하고 엄격한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메네이가 자신의 개인적 부를 쌓기 위해 세타드를 활용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메네이가 그의 전임자인 호메이니보다 더 막강한 통제력을 휘두르면서 24년간 권좌를 지키는 데 세타드의 재력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을 분명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이터는 "세타드는 하메네이를 골치 아픈 분파 갈등에서 보호하면서 의회나 국가 재정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 수단이 제공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세타드의 하미드 배지 홍보이사는 로이터에 이메일을 보내 "로이터의 정보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으며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이란 대사관도 성명을 내 로이터의 조사 내용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란 대통령실과 외무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