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헬기.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서울 강남 도심 아파트 외벽에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8시 55분 서울 삼성동의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의 23~24층에 헬리콥터가 충돌했다.
헬리콥터는 건물을 들이받은 뒤 21~27층 외벽을 긁고 지상으로 추락해 동체가 심하게 찌그러졌다.
이 사고로 헬리콥터 안에 타고 있던 기장 박인규(58) 씨와 부기장 고종진(37) 씨 등 2명이 사망, 소방당국은 찌그러진 동체에서 시신을 수습해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옮겼다.
소방당국은 헬리콥터가 아파트에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 아니고, 고도를 낮춰서 운항하다가 안개로 인해 아파트를 보지 못한 채 건물 외벽에 프로펠러를 부딪치면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아이파크 아파트 외벽은 심하게 훼손됐고 해당 층 내부에 유리창이 깨져있는 등 아파트 주변에는 파손된 헬기의 잔해가 널려있는 상황이다.
사고 현장에는 총 27명의 주민이 있었지만 다치거나 구조를 요구한 주민은 없는 등 지금까지 주민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27명의 주민들은 강남 인근의 호텔에 임시 거소를 마련, 사고 현장이 수습돼 다시 입주할 수 있을 때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헬리콥터는 LG 소속 민간 헬기로 HL9294 기종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전명우 전무는 "해당 헬기를 2007년에 구입해 연식이 오래되지는 않은 것"이라면서 "원래 기장과 부기장을 제외하고 승객 6인이 탑승할 수 있는 기종이지만 안전을 위해 평소에 5인 이하 탑승 규정에 따라 운행했다"고 말했다.
또 사고를 당한 박 기장과 고 부기장은 모두 LG전자 소속이며 공군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무는 "LG전자에 헬리콥터가 총 2대가 있는데, 전주나 창원 등 지방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하루 평균 1회 정도 헬리콥터가 운항하고 있다"면서 "임원이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지방 사업장을 오고갈 때 인터넷으로 헬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헬리콥터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잠실헬기장으로 가 LG 임원을 태우고 전주로 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이륙 당시에 김포공항 관제탑에서 정상적으로 이륙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RELNEWS:right}
경찰과 소방당국은 심한 안개로 시야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헬리콥터가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기상청은 헬리콥터가 충돌한 오전 9시쯤에는 짙은 안개가 아니라 가시거리 1.1km 정도의 옅은 안개가 껴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울항공청에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헬기 안에 음성기록장치에 기록된 교신 내용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