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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베테랑 헬기 조종사, 왜 항로를 급변경 했을까?

사건/사고

    [Why 뉴스]베테랑 헬기 조종사, 왜 항로를 급변경 했을까?

    "LG 고위 관계자 탑승위해 무리한 운항했을 가능성 높아"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주말(16일, 토) LG그룹 소유의 헬기가 강남의 고층아파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 2명이 사망하고 헬기가 파손됐다. 고층 아파트의 외벽 일부가 손상되고 7개 층 아파트의 유리창이 파손됐지만 다행히도 주민들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헬기 조종사가 잠실 선착장 부근에서 항로를 변경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왜 베테랑 조종사가 항로를 급변경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망한 헬기 조종사 박인규 기장은 15년간 대통령 전용헬기를 조종한 베테랑으로 서울 항공의 지형을 잘 아는 사람인데 왜 안개 낀 악천후에 운항을 강행했는지? 왜 김포공항이 아닌 잠실 헬기장으로 가야 했는지? 누굴 태우려고 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베테랑 헬기 조종사, 왜 항로를 급변경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가장 궁금한 게 조종사가 항로를 변경한 것이냐? 헬기가 항로를 이탈한 것이냐?

    지나 16일 오전 8시 55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24층에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 사고원인의 핵심이 바로 이 것이다.

    헬기가 항로를 이탈했느냐 아니면 변경했느냐는 항로를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사고원인에서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헬기가 항로를 이탈했다면 헬기의 기체결함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종사의 의지와 달리 헬기가 움직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종사가 항로를 변경했다면 왜 변경했는지 원인을 밝혀야 한다. 안개 때문에 착륙이 불가능해서 그런 건지 다른 요인이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 항로 변경이 안개 때문이라면 안개가 심한 악천후에서 왜 헬기 운항을 강행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헬기가 경로를 이탈했다"는 발표를 했다.

    김재영 청장은 사고가 난 지난 16일 오후 브리핑에서 "사고 헬기는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에서 이륙해 시계비행으로 한강변을 따라 잠실 헬기장으로 이동중이었다"며 "한강 위로 비행하던 헬기가 잠실 헬기장에 내리기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청장에게 "경로를 이탈했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의미냐?"라고 물었더니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라며 "조종사가 안개를 회피하려 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이라는 의미가 헬기의 기체결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경로를 벗어났다는
    뜻이라는 얘기다.

    ▶사고원인은 언제쯤 밝혀지는 것이냐?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24층에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구조대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 항공기 사고는 그렇게 빨리 밝혀지지는 않는다. 빨라도 6개월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어제(17일) 언론 브리핑에서 "블랙박스 분석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라면서 "블랙박스를 통해 비행경로, 사고 당시 고도, 조종실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1차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현재 입장에서 사고 원인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블랙박스 분석을 하면 비행경로가 정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별도로 다시 발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청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지금으로서는 원론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주제를 "베테랑 헬기 조종사, 왜 항로를 급변경 했을까?"로 정했나?

    = 당시의 기상 상태로 미루어 조종사가 항로를 변경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기장 조종사 출신인 정윤식 중원대 교수는 "헬기가 기체 결함으로 항로를 이탈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종사가 항로를 변경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한강회랑(헬기 경로를 회랑이라고 부른다고 함)을 따라 중지도 → 동작대교 → 영동대교 → 청담대교를 거쳐 잠실 착륙장(헬기장)으로 가는데 영동대교에서는 잠실착륙장이 보여야 착륙이 가능하다"면서 "영동대교쯤에서 착륙장이 안보이면 착륙을 못하는 기상상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따라서 "그 쯤(영동대교 부근)에서 못 내리겠다 돌아가자고 하고 돌아가는 것은 남부회랑(경로)을 이용해서 김포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선회하는 과정에 아이파크 아파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헬기가 선회하기가 어렵다면서 한강 북쪽은 비행금지 구역이기 때문에 북쪽으로 선회하다가는 대공포를 맞을 수도 있다는 걸 대통령 전용헬기 조종을 오래한 박 기장이 잘 알기 때문에 남쪽 경로로 항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에서는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기 전에는 사고원인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정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간다.

    다른 교수들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려고 노력했지만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사고원인과 관련해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항로를 급변경할 정도라면 기상상태가 안 좋았다는 얘긴데?

    윤성호기자/자료사진

     

    = 그건 사고당시 아파트의 주민들이나 여러 관계자들이 안개가 짙게 끼었다는 걸 증언하고 있다. 16일 아침에 서울 주변 곳곳에 안개가 심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아파트 관리인도 "쿵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 헬기가 떨어져 있었고, 건물 꼭대기가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었다"면서 "건물 절반 정도가 보이지 않았을 정도"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도 "현장에 도착했을 때 헬기에서 연기가 발생해 더 잘 안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안개가 확실히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며 "조종사가 안개 때문에 건물을 보지 못하고 충돌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고 헬기의 조종사인 박인규 기장의 아들은 박씨는 "아버지가 출발하기 직전 회사측 관계자와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는 내용의 통화를 하는 걸 들었다"며 "그래도 회사에서는 계속 잠실로 와서 사람을 태우고 내려가라고 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LG전자에서는 "박 기장이 김포 출발 2시간 전 기상조건을 이유로 잠실을 경유하지 않고 김포에서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다고 보고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출발 1시간 전쯤 박 기장이 다시 시정이 좋아져 잠실을 경유해 이륙할 수 있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안개로 인해 헬기를 정상적으로 운항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증언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헬기가 잠실 헬기장으로 무리하게 간 것이냐? 누구를 태우려고 한 것이냐?

    = 그 점이 사고 경위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기장이 안개가 심해서 잠실에서 출발하기 어려우니 김포공항에서 출발하자고 했는데 그걸 뒤집고 잠실에서 출발하자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져야 할 것이다.

    LG전자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사고로 사망한 박인규 기장(58)과 고종진 부기장(37)은 잠실헬기장에서 안승권 LG전자 사장(CTO)을 비롯한 임원 4명을 태우고 전주에 있는 칠러사업장(대형공조시스템)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짙은 안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비행을 시도한 이유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헬기에 탑승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고 당일 헬기 운항 계획은 오전 9시와 오전 10시 30분 두 편이었으며, 첫 번째 헬기에는 안승권 LG전자 임원들이 두 번째 헬기에는 김을동 의원과 한국여자야구 관계자 4명이 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헬기 2대 보유)

    LG전자에서는 두 번째 헬기가 야구장으로 갈 예정이었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사고가 난 첫 번째 헬기는 전주공장으로 가기위한 것이라고 해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구본준 부회장은 자동차를 이용해 익산으로 갈 예정이었다고 LG측에서는 해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LG전자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LG임원들은 헬기로 편안하게 이동을 하는데 오너가의 구본준 부회장이 주말에 차도 밀리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승용차로 익산까지 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구본준 부회장이 탑승하기 위해서 안개 속에 무리하게 운항했다는 거냐?

    = LG전자에서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베테랑 기장이 운항이 어렵다고 하는데도 잠실까지 오도록 한다는 건 회사 고위임원 특히 오너가의 누군가가 탑승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LG그룹의 헬기 정비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기상이 좋지 못한데도 헬기가 잠실까지 갔다는 건 그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은 알겠지만 입단속을 했는지 구체적인 얘기는 안하지만 고위임원이 타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16일 오후 1시경 전북 익산시 야구국가대표훈련장에서 열리는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결승경기를 관람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LG트윈스 구단주이기도 한 구본준 부회장의 야구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LG전자는 여자야구 활성화와 야구 저변확대를 위해 한국여자야구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인 김을동 의원도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결승전 참관을 위해 LG전자 측에서 제공하는 두 번째 헬기를 탑승할 예정이었다. LG측의 해명대로라면 구본준 부회장은 사고가 나기 전에 출발했어야 예정된 시간에 익산도착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LG전자 소속 헬기가 안개 속에 무리하게 운항을 하려했던 이유는 구본준 부회장이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결승전 관람을 위해 전북 익산으로 이동해야 했고 조금 일찍 내려가서 전주 공장을 둘러보려 했다면 시간적으로
    딱 맞아 떨어진다.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야 하겠지만 헬기가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잠실 헬기장으로 가게 된 경위도 가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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