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여야 대치 정국의 분수령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야당과의 간극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 도입과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구성 등 '양특'을 사실상 거부하자, 예고했던 대로 대정부 강경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8일 박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 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희망의 빛을 보지 못했다.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이 없었다. 미지근한 물로는 밥을 지을 수 없다"며 "지난 1년 간 민주주의 후퇴 책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다만, 박 대통령이 최근 야당이 제기한 여러 문제들을 국회에서 논의해 합의점을 찾는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점에 주목한다"며 "그러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것이라면 앞으로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언급하면서 "1년 전 유권자들 앞에서 말춤을 추셨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과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 10가지를 제시했다"며 "그러나 오늘 대부분 공약이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을 설명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박 대통령이 설명한 정부 예산안은 한마디로 공약 포기 예산, 민생 포기 예산, 지방 포기 예산, 재정 파탄 예산"이라며 "박 대통령이 강조한 법안은 수퍼부자,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는 법안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대선공약 파기와 민주주의 파탄에 대한 문제의식도 시정의지도 없는 시정연설이었다"며 "민생해법 의지도 부족한 불통의 연설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박 대통령이 '양특' 불가론은 물론 민생공약 복원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하고, 향후 대정부질문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강경 기조를 펴나가기로 했다.
우선, 오는 19일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의 책임을 물어 황교안 법무장관·남재준 국정원장·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날부터 25일까지 열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정치분야에선 15분씩, 비정치분야에선 5분씩을 각각 할애해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민에게 문제점을 소상히 알리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후 민주당은 특검과 특위를 통해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안을 살피면서 민생을 살리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