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오리온스의 정규리그 경기 막판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사진 가운데)이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올 시즌 1호 (사진 = KBL)
고양 오리온스의 놀라운 저력 앞에 서울 SK가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홈 경기 26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리는듯 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심판 판정에 자제심을 잃고 흔들렸다. 다잡았던 대어를 놓치고 말았다.
추일승 감독은 거센 항의 탓에 2연속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올 시즌 프로농구 첫 감독 퇴장을 당했다.
20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SK와 오리온스의 정규리그 2라운드 맞대결.
오리온스를 '열받게' 한 첫번째 장면은 61-55로 앞선 4쿼터 종료 5분55초를 남기고 나왔다. 전태풍이 돌파하다 외곽으로 패스를 빼줄 때 미리 길을 읽은 주희정이 달려들어 공을 가로챘다.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뒤에 서있던 김동욱과 충돌했다.
바로 앞에 있었던 김백규 심판은 김동욱의 반칙을 선언했다. 처음에는 속공 파울을 불지 않았다. 그러나 3심 합의 끝에 속공 파울이 선언됐다. 그러자 오리온스 벤치가 방방 뛰었다. 김동욱은 판정에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약 1분이 지나 추일승 감독은 코트를 떠나야 했다. 64-63까지 쫓긴 상황에서 이현민이 공을 키핑하는 동작을 하다 팔꿈치로 변기훈의 몸을 건드렸다. 심판이 이현민의 공격자 반칙을 선언하자 오리온스 벤치가 또 한번 폭발했다. 이현민의 반칙 상황은 추일승 감독 바로 앞에서 벌어졌다.
추일승 감독의 항의가 계속되자 최한철 주심은 2연속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하고 퇴장 조치를 내렸다. 이후 오리온스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주희정이 테크니컬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전세를 뒤집었고 결국 SK는 78-69로 승리했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기자회견실에 입장했다. 판정과 관련한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내가 조금 흥분했다. 판정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현장에서는 두 장면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입을 열 수 없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감독이나 선수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오리온스는 두 차례 판정 항의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문경은 SK 감독은 오리온스의 판정 항의를 어떻게 지켜봤냐는 질문에 "감독이 퇴장을 당하면 팀이 뭉쳐서 더 잘하거나 혹은 무너지거나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타이밍상 SK에게 운이 따랐다. 추일승 감독의 퇴장으로 얻은 자유투 2개로 승부를 뒤집었기 때문에 SK가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 문경은 감독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