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역 의거장소에 세워질 안중근 의사 의거 기념비와 관련해 한중 양국이 비석의 형태와 크기, 문구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세부 내용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21일 “중국 측은 안중근 의사 의거장소에 표지석이든, 기념비든 어떤 형태로든 기념물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은 의거 현장에 설치하는 기념물의 형태와 크기, 기념물에 새겨질 내용 등 상세한 요구 사항을 중국 측에 이미 전달했으며 현재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 측은 최근 입장이 확정 되는대로 세부 내용을 통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9일 안중근 의사가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저명한 항일의사라며 외국인 기념시설 규정에 따라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 관련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부터 방한 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 시안 광복군 표지석 설치 문제 등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안의사가 이토를 향해 총탄을 발사한 하얼빈역 1번 플랫폼 현장에는 삼각형(▷)이 들어간 타일이 설치돼 의거 현장임을 알 수 있을 뿐 안내표지판 등은 없는 것으로 하얼빈 역 방문객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안중근 의사가 범죄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하는 데 대해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은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안중근은 1909년 하얼빈 기차역에서 갑오전쟁과 조선반도 합병을 획책한 인물 중 한 명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했다"며 안 의사는 '한국 민족의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신화통신 국제부는 지난 20일 자체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안 의사 관련 글에서 "일본은 한편으로는 귀신을 상대로 제사를 지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을 비판한다. 이것이야말로 두 가지 기준을 들이대는 것 아닌가"라며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최근 안 의사를 '범죄자'라고 지칭한 것을 비판했다.
중국의 많은 누리꾼도 안 의사 기념비 설치사업에 대한 일본 측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일본이 이중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며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 공헌을 한 인물이지만 그의 두 손에는 중국과 한국 인민들의 피가 점철돼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