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만든 이른바 '위명여권'을 이용해 이슬람성직자로 신분세탁한 뒤 10년간 종교행사를 주관하거나 신도의 헌금을 관리해온 방글라데시인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방글라데시인 A(42) 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7년 전 관광비자로 입국한 A 씨는 경기도 일대 공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며 불법체류하다 지난 2003년 9월 방글라데시로 출국, 위명여권을 만들었다.
A 씨는 현지 브로커를 통해 "1994년부터 방글라데시 성원 선교센타에서 설교자로 근무했다"는 이슬람성원 선교센타 사무총장 명의의 파송명령서, "이슬람 문화와 복지를 위해 기여했다"는 방글라데시 고등 이슬람 교육기관장의 추천서를 위조했다.
A 씨는 이력서에도 허위 경력을 기재한 뒤, 위조한 파송명령서와 추천서를 국내 이슬람성원을 관리하는 한 법인에 보내면서 마치 자신이 진정한 이슬람교 성직자인것처럼 초청을 의뢰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실제로 이슬람선교사로 초청된 A 씨는 2004년 1월부터 최근까지 약 10년간 경기도의 한 이슬람성원에서 성직자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이슬람성직자 행세를 한 A 씨는 이슬람 성원 내 자국 출신 신도들의 헌금을 관리하면서 헌금 일부를 월급 명목으로 받았고, 이를 방글라데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 씨는 십여년 전 불법체류할 때부터 이슬람성직자로 위장하기 위해 위명여권 발급을 준비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같은 방법으로 신분세탁한 뒤 불법 입국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