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대표회담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에게 인사말을 양보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민주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서 촉발된 대치 정국을 정상화하기 위해 여야 '4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가 꼬여버린 정국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40여분 간 양자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김 대표의 공식 제안으로 이뤄졌지만,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 대표 모두 양자회동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오늘 김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셨기 때문에 아주 기쁜 마음으로 무엇인가 국민 앞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정치권이 지난 대선 당시 벌어진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스스로 해결해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특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여야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해법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여기서 신속하게 결론을 내자는 제안을 드린다"며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4명이 참여하는 '4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협의체는 ▲특별검사와 국정원 개혁 특위 ▲법안과 예산 ▲정당공천제 폐지 등 세 가지 단위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대표회담에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양당 대표는 곧바로 비공개로 회동을 전환해 제안 수용 여부 등에 대해 협의했지만, 이날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황 대표가 3~4일 내에 김 대표의 제안에 답변을 주기로 하셨다"며 "아울러 여당이 어렵사리 특위를 수용한 만큼 전례대로 예산을 분리해서 조속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김 대표의 제안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가 '특검 불가론'을 굽히지 않고 있어 여당이 협상할 수 있는 재량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양자회동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시국미사 발언 파문과 대정부질문 파행 등 악재가 잇따르자 민주당에 회동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 당시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말한 내용을 근거로 여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 양자회동은 민생 국회를 위해 무엇인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