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두고 정치권과 사회단체들이 진보와 보수로 갈려 대립하고 있다.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들은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신자 등 400여명이 참석해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드렸다. 문제는 박창신 원로신부의 강론에서 비롯됐다. 박 원로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한데 이어, 연평도 포격의 정당성과 천안함 사건의 허구성을 언급했다. 사제단이 불법 대선 개입을 문제 삼아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창신 원로신부의 모든 주장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민주당도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사제단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사건을 강조하다가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이 함께 언급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퇴문제가 거론된 것은 과거정부에서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과 경제파탄의 책임"을 물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한때 직무가 정지되기도 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사건을 지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이 된다. 9개월 동안 국내정치 상황은 국가기관의 선거 불법 개입 의혹사건으로 해명 없이 혼란만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 사건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의혹만 더욱 부풀려지고 있고 군 사이버사령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당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검찰에 대한 신뢰는 추락한 상황이다. 야당과 사회단체들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대한 대선개입사건을 특검을 통해서 수사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서로의 접합점을 찾기보다는 평행선을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서로의 관점에만 집착하고 소통은 뒷전이다.
시국선언은 천주교에서 멈추지 않고 기독교 등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종교는 물론이고 시민단체들까지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제들의 시국선언을 일부 불만세력의 주장만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그 근본에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 본질임을 인식하고 해야 한다. 정부 여당이 사제단을 비난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권주만 (CBS 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