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을 속여 거액을 대출받아 해외로 달아난 40대 남성이 대사관을 속여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려다가 9년간의 도피생활을 마감하고 경찰에게 붙잡혔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29일 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은뒤 해외로 달아난 혐의로 김모(49)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2004년 11월 11일께 부산 동구에 있는 A 상호저축은행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카드결제대행회사 산하의 63개 신용카드 가맹점 점주들에게 빌린 명의를 통해 9억 원을 대출받은 뒤 중국으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후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을 전전하며 경찰 수사를 피하다가 2008년 여권이 실효되며 태국에서 장기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해왔다.
약 9년간의 도피 생활로 돈을 탕진한 김씨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여행사 등에 들어가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한다"며 범죄 피해자인 양 행세를 하며 보호를 요청하고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김씨는 같은 수법으로 태국 현지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보호요청을 하고 여권을 분실했을 때 받는 여행 증명서를 받으려고 연기를 하다가 김씨의 행색을 수상히 여긴 대사관 직원이 경찰청에 범죄조회를 요청하면서 해외도피사범의 신분이 발각됐다.
경찰은 김씨의 조사과정에서 63개 신용카드 가맹점 점주들이 김씨에게 돈을 건네받은 정황 등을 포착해 김씨와 공범관계임을 알게 됐지만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난 뒤여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김씨는 대출사기 외에도 도박장 개장 방조, 컴퓨터 이용사기,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혐의로 모두 12건의 수배가 내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