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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장, "해외출장 통해 국내 일자리 문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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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사장, "해외출장 통해 국내 일자리 문제 반성"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은 "해외공장이 국내공장 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2일 회사 신문인 '열린광장'에서 낸 '우리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이라는 제목의 특별기고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사장은 "러시아와 체코 현지공장 방문은 우리(현대차 울산공장)의 자화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반성과제를 안고 온 출장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해외공장들이 노사갈등과 공장운영에 별다른 어려움이 겪지 않고 있는 것은 자국의 노동자를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하기 위함이다"고 지적했다.

    윤사장은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자리 지키기를, 노조는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윤갑한 사장이 낸 특별기고문 전문.

    우리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윤갑한 사장·울산공장장

    저는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임원 다섯 명과 함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와 동유럽의 체코 노소비체를 다녀왔습니다. 이 두 도시에는 우리 회사 현지공장이 있습니다. 주간연속 2교대와 임금교섭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린 터라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마음은 매우 무겁습니다. 자존심이 상했다는 자괴감도 듭니다. 한 마디로 마음이 썩 편치 못합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현대자동차는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곳곳에 현지공장을 설립·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회사가 해외에 공장을 짓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고객)가 있는 곳에서 생산하면 이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역장벽(높은 관세)을 극복하고, '규모의 경제'(스케일 메리트 Scale Merit)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지공장이야말로 글로벌 성장전략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다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예부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고, 투자는 이윤이 나는 곳으로 이동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꼭 2년 전에 타계한 스티브 잡스로 유명한 애플이 본사는 미국에 있으면서 공장은 중국에 있는 것만 봐도 기업의 해외진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008년 6월에 준공한 러시아공장은 연산 20만대 규모로 엑센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 이 보다 2년 앞선 2006년에 준공한 체코공장은 연산 30만 대 규모로 i30와 투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두 공장은 맏형인 울산공장으로부터 차 생산 전반에 걸쳐 기술을 전수받은 아우 공장입니다. 그래서 "형만한 아우 없다"는 한국속담을 듣고 자란 저는 '국내공장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직접 현지공장을 둘러보면서 이런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 됐는가를 절감했습니다.

    아울러 자동차산업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가령 한국 기업 상당수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가 체코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파견직 비율을 25%까지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도 시비를 걸지 않습니다. 참고로 우리 나라는 32개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고, 제조업은 거기서 빠져있습니다.

    체코공장은 또 대통령, 노동부장관, 상공부장관, 환경부장관 등이 찾았을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진입로를 개설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한 연간 물류비 절감액만 100만 달러(약 10억원)에 이릅니다. 러시아공장 역시 지방정부의 깊은 관심으로 노사갈등을 비롯한 공장운영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들 나라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현대차가 예뻐서라기보다 자국의 노동자를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사실 기업은 정부와 노조의 협력 없이는 성장이 어렵습니다. 이 시대의 최대 화두인 '일자리'도 그렇습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일자리 지키기를, 노조는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역할 분담이 엇박자를 내면 있는 일자리조차 위협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기업이 잘 달릴 수 있도록 경제관련 법안을 현실화시키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의 일하는 자세도 반성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 예로 얼마 전 울산공장 직원 수십 명이 체코공장에서 현장체험 연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그곳 20대 여직원이 도와준 사실은 단순히 나이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체코공장 근로자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숙련도가 높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느슨한 작업에 수십년간 익숙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구촌시대를 맞은 지금은 설비와 재료비(부품)의 차이가 메이커별로 거의 없습니다. 글로벌 소싱을 하기 때문입니다. 질 좋고 값싼 물건이 있다면 지역에 관계없이 모기업(차회사)이 구매할 수 있어 경쟁력이 뒤쳐지는 부품사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인건비와 제품품질, 그리고 생산성이 기업수준 즉 경쟁력을 가늠합니다. 1인당 연봉이 1억 원을 육박하는 입장에서 노·사가 함께 무엇에 집중해야 할 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편, 이번 방문을 통해 규정(rule)을 준수하는 데는 노사가 전혀 이견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기초질서를 비롯한 일상생활은 물론, 작업표준 등 근무 중 이행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마치 유치원생이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듯이 철저하게 준수되고 있고, 그것을 당연시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되기에 작업유연성은 물론, 시장변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최근 울산 모 공장에 1천억 원을 투자해 시설을 개축해 놓고도 노조(대의원)가 증산설명회조차 거부해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것은 해외공장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자동차산업만큼 경기에 민감하고, 그로 인해 경쟁이 치열한 부분도 없을 것입니다. 많은 자본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차산업은 높은 기술력도 물론 중요합니다. R&D(연구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는 것은 생존의 열쇠가 기술독립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경영진과 함께 근로자 개개인의 직업윤리와 자기일에 대한 높은 책임감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공장을 짓고 높은 기술력을 갖춰도 시쳇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습니다.{RELNEWS:right}

    한국 근로자가 체코나 러시아 공장이 잘 돌아간다고 그곳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현재의 일자리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일하는 공장의 실력을 올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국내외에서 더 좋은 평판을 얻는다면 내 후배와 자식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줍니다. 이번 해외공장 방문은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반성과제를 안고 돌아온 출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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