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부서져도' 이승삼 창원시청 감독(왼쪽)이 3일 씨름 왕중왕전 첫날 씨름스타대전 첫 판에서 왕년의 라이벌 손상주 대한씨름협회 전무를 뒤집기로 넘기고 있다.(화순=대한씨름협회)
씨름 왕중왕전에 앞서 레전드 올스타전 격인 '씨름스타대전'(단체전)이 열린 3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센터. 경기 전 머리가 조금 벗겨지거나 희끗희끗한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80년대 모래판을 주름잡았던 왕년의 장사들이었다. '털보'로 이름을 떨친 이승삼 창원시청 감독(52)과 '오뚝이' 손상주 대한씨름협회 전무이사(51)였다.
씨름 중흥을 위해 웃통을 벗어제치고 현역인 아들뻘인 선수들과 함께 출전한 것이었다. 지난 2007년 이벤트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금강급(90kg 이하)과 한라급(105kg 이하)을 평정했던 이들은 이날 각각 청룡팀과 백호팀의 단체전 첫 번째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돼 있었다.
씨름을 대표한 간판스타답게 경기 전부터 자존심 싸움이 대단했다. 이감독이 "은퇴 뒤 쭉 감독을 맡았던 내가 사업하다 온 사람한테 지겠느냐"며 승리를 장담하자 손전무도 "장사 타이틀을 3번밖에 못했던 승삼이 형한테 지진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경력으로만 따지면 손전무가 앞서는 것이 사실. 이감독은 현역 시절 세 차례 한라장사에 오른 반면 손감독은 제 1회 민속씨름대회 등 금강장사만 7번, 한라장사 9번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감독의 말대로 손전무는 1997년 일양약품 감독을 끝으로 모래판을 떠나 있다가 올해 초 협회 전무로 돌아온 만큼 공백이 있었다.
첫 판은 손전무의 승리. 뒤집기를 시도하던 이감독을 위에서 누르면서 뒷무릎치기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후 이감독의 저력이 빛났다. 둘째 판 치열한 샅바 싸움 끝에 주특기인 뒤집기로 손전무를 넘겼다. 마지막 셋째 판에서는 노련하게 손전무의 머리를 손으로 잡는 신경전 끝에 오금당기기로 2-1 승리를 결정지었다.
그러나 거구를 숱하게 뉘였던 이들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 없던 것일까. 이감독은 둘째 판을 마친 뒤 한동안 허리와 뒷목을 부여잡으며 의료진이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경기 후 이감독은 "손전무의 힘이 저렇게 셀 줄 몰랐다"면서 "목과 허리가 심상치 않은데 내일 일어나봐야 알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손전무도 "얼마나 힘이 빠졌는지 계단을 내려가다 헛디뎠다"고 짐짓 엄살을 떨었다.
노구를 이끌고 무리를 한 데는 씨름인의 사명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불거진 씨름 승부 조작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이감독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부상이 있더라도 무리했다"고 털어놨다.
손전무도 "사실 사태 수습 때문에 운동을 못했는데 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속스포츠 씨름 부활을 위한 이들의 노익장이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