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3일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재발방지를 위한 특위 설치는 '뚜렷한 성과'라는 입장과 특별검사제 도입 시기가 빠져 있는 합의문은 '무위(無爲)'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합의문을 보면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의 논의가 아니라 특검을 하되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여지의 폭을 더 넓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의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합의문 내용에 따라 새누리당도 사실상 특검 도입을 찬성했다고 본 것이다.
이 의원은 또 "특검과 특위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미흡한 내용이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특검을 계속 거부하는) 지금 조건에서는 할 수 있는 내용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 재선 의원도 "일단은 아쉽지만 서로가 일정 부분 양보해서 잘 된 합의라고 본다"면서 "개혁특위가 가동되면서 성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새누리당이) 특검을 더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정치개입 의혹을 축소 수사·발표할 경우 등을 고려해볼 때 향후 특검 압박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여야 4자회담의 핵심 쟁점이었던 특검이 원론적인 합의에 그친 데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한 최고위원은 "시기와 대상을 저렇게 애매하게 두면 안 되니까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이라며 "내일 오전 9시에 열리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경파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국정원 개혁 특위만 받고 끝낼 거였으면 (새누리당이 합의해주겠다고 한) 9월에 끝내지 무엇하러 3개월 동안 끌었느냐"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 친노 의원도 "과거에 사개특위 등 많이 해봤지만 특위에선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현된 적이 없다"며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국내 정치개입 여지를 없애는 것인데 (합의문에는)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찌됐든 지금까지 특검을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왔는데 이렇게 불확실하게 해도 되는지 많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일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문에 대한 추인을 거치기로 했다. 하지만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돼 난상토론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으로 4선 이상 중진 의원을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신기남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간사는 재선의 문병호 의원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