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미가 검증된 소설의 활자를 눈으로 볼 수 있게끔 재현하는 일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대에 와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매체로 빠르게 자리잡은 영화가 이를 주도한다.
최근 들어 소설의 견고한 이야기를 빌린 영화가 여럿 소개돼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가 한창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싱', 12일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그리고 24일 '엔더스 게임'이 공개된다.
이들 영화의 개봉은 원작 소설의 인기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호빗 1편이 개봉한 지난해 말 소설 '호빗'(씨앗을뿌리는사람)이 소개된 데 이어 앤더스 게임의 개봉 소식이 알려진 시점인 올 6월 '엔더의 게임'(루비박스)이 출간됐다. 오싱도 개봉을 앞둔 지난달 6권짜리 소설 '오싱'(청조사)의 개정판이 나왔다.
■ 세상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응원가 '오싱' 5일 개봉한 '오싱'은 일본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가족의 생계를 잇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던 7살 소녀의 감동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오싱은 1983년 일본 NHK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1년간 모두 297회 방영되는 동안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평균 시청률 50%를 기록한 대작이다.
동명의 소설은 일본 경제 성장기를 배경으로 야마가타현의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한 소녀가 기업을 일구기까지 80여 년의 생애를 그렸다.
이 영화의 배경인 1900년대 일본의 풍경이 1960, 70년대 급격한 산업화를 맞은 우리나라와도 몹시 닮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네 할머니, 엄마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2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싱 역을 따냈다는 여덟 살 배우 하마다 코코네의 연기가 인상적인데, 물기가 번져 있는 커다란 눈망울을 깜박이며 고난을 이겨내는 그녀의 모습은 가공되지 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 거대 용과 혈전 벌이는 원정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12일 개봉하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는 전편인 '호빗: 뜻밖의 여정'(2012)이 이야기 전달에 충실한 것과 달리, 거대 용과의 혈투라는 강렬한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나운 용 스마우그가 점령한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고자 뜻하지 않은 여정을 떠나게 된 원정대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베오른, 거대한 거미떼를 만나는 등 험난한 모험을 거쳐, 마침내 대원 모두의 용기, 우정, 지혜를 시험에 들게 하는 용 스마우그와 맞닥뜨린다.
소설 '반지의 제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J. R. R. 톨킨(1892-1973)의 동명 소설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 절대반지, 골룸 등이 나온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과 연결되는 거대한 세계를 차곡차곡 완성하고 있다.
난쟁이족을 이끄는 전설의 용사 소린, 인간 바르드, 엘프 레골라스와 타우리엘 등 다양한 캐릭터가 대거 가세해 더욱 풍성해진 이야기를 선보인다.
■ 소년에게 운명을 맡긴 인류의 미래는? '앤더스 게임' 24일 개봉하는 SF 영화 '엔더스 게임'은 외계 종족 포믹의 지구 침공으로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선택된 소년 엔더(아사 버터필드)가 우주전쟁에 나선다는 내용의 블록버스터다.
동명의 소설은 최고의 SF 소설에게 주는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동시에 수상(1986년)한 뛰어난 작품이다.
화려하게 구현된 광활한 우주 가운데서 펼쳐지는 무중력 훈련,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 우주함대와 외계 종족 간 전투 장면 등으로 기존 SF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