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오월 광주를 대표하는 곡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영어로 번안된다.
광주문화재단과 광주국제교류센터는 9일 '임을 위한 행진곡' 표준 영어가사 번역작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광주국제교류센터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비롯해 대표적인 민중가요를 영어로 번안해 내년 5월께 오월음악회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영어로 번역되기도 했지만, 노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시' 자체를 번역해 부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번역작업은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이 맡았다.
현재 초벌 번역을 마치고 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번안 작업을 하고 있다.
2차 번안은 로버트 그롯존 전남대 영문과 교수가 맡아 교정하고 한국시를 번역하는 전문가가 다듬을 계획이다.
영어 제목은 '마치 포 더 비러브드'(March For the beloved)로 '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신 소장은 "원작자인 백기완 선생이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이겨내며 쓴 시인데 북받치는 감정을 격하게 표현한 점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다"며 "사랑도 명예도 다 버리고 살아남은 사람에게 못다한 뜻을 이뤄달라는 내용이 가슴을 건드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번안 작업에 대해선 "영어는 전치사가 많고 약박자로 노래를 시작해 우리 노래와 달라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노래를 국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이어 "프랑스의 국가인 라마르세예즈나 미국 국가 모두 시민 혁명을 대표하는 노래"라며 "민중가요의 국제화를 통해 우리의 넋이 담긴 노래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대 이후 민중의례 곡으로 불려왔으며 5·18 광주민중항쟁을 대표하는 곡으로 사랑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