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하나 의원(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총체적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 뿐이다”(장하나 의원)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의 말이 새누리당에 벌집을 쑤셔놓았다.
9일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하나같이 장 의원의 발언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이어 오후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장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징계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사실상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배수진을 치고 나온 이유는 장 의원의 발언을 방치할 경우 대선불복 선언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황우여 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대선의 효력을 다투는 일은 대선 후 1개월간만 허용하고 정국안정을 위해 국정을 튼튼히 수행하라는 우리의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문란케 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장하나 의원측은 “대선의 효력을 다퉈서 실시하는 재선거가 아니라 대통령의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를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때문에 장 의원의 발언이 왜 헌정질서 파괴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딱 부러지게 답하지 못했다.
유 대변인은 “헌정질서 파괴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은 내 개인의 생각이다. 공식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법률적인 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사실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를 가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건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 헌법 46조에도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언행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정치적인 언행으로 치면 새누리당의 입장은 더욱 옹색해 진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당선무효소송과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해 재검표까지 했고, 그래도 성이 차지 않자 탄핵안을 가결했다.
특히 탄핵을 추진하면서는 노 전 대통령이 “내가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을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라는 하지도 않은 발언 등을 탄핵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더욱이 김무성 의원의 경우는 2003년 9월 3일 당 회의석상에서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며 현직 대통령을 능멸하기까지했다.
민주당 박수현 원내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을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다”며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볼모 삼아 또 다시 정쟁을 획책하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굳이 새누리당의 전과를 들지 않더라도 국회가 국민대표 기관이라는 점에서는 일부 국회의원이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들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있을 법한 현상이다.
지난 1일 CBS가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국정원 댓글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55%나 됐고, 이 가운데 35.5%가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인지자를 전체 국민으로 봤을 때 20%에 이르는 적지 않은 국민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