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을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성호기자
"저도 처음 만나서 도장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손아섭(롯데)은 최근 2년간 연봉 협상에 가장 애를 먹은 선수 중 하나다. 2011년 개인 최고인 3할2푼6리를 찍었지만 5,000만원 인상(8,000만원→1억3,000만원)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타율 3할1푼4리에 최다 안타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8,000만원 인상(2억1,000만원)이 고작이었다. 덕분에 2년 연속 가장 마지막에 도장을 찍어야만 했다.
연봉 협상 후 아쉬움을 달래며 "성적으로 보여주겠다. 내 가치를 다시 인정받겠다"고 외친 손아섭의 2013년은 눈부셨다.
172개의 안타로 최다 안타 타이틀을 2년 연속 잡았고, 타격왕도 마지막에 이병규(LG)에게 아쉽게 내줬다. 비록 타격왕은 놓쳤지만 3할4푼5리의 타율은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2013년 롯데 유일의 3할 타자였다.
여기에 홈런 11개, 타점 69점, 도루 36개(전체 2위), 출루율 4할2푼1리, 장타율 4할7푼4리 모두 팀 내 1위였다. 롯데 공격은 손아섭 홀로 이끈 셈이다.
일단 롯데는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롯데는 지난 6일부터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시작했고, 2군 선수와 고과 순위가 낮은 선수들의 협상을 먼저 진행하고 있는 상황. 조만간 구단과 만날 손아섭은 구단에서 만족할 만한 금액만 제시한다면 한 번에 도장을 찍겠다는 생각이다.
손아섭은 "연봉 협상 기사에서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슬픈 일"이라면서 "올 시즌에는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구단도 대우해줄 것으로 믿는다. 나도 처음 만나 도장을 찍고 싶다. 다른 때보다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지난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어느덧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이다. 내심 만장일치도 욕심을 내봤지만 외야수 중 최다 득표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손아섭은 고(故) 장효조 감독이 보유한 5년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 수상을 깨겠다는 각오다.
시상식 전 "만장일치는 굉장히 어렵지만 수상하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박병호(넥센) 선배와 최다 득표 경쟁을 할 것 같다. 건방진 것이 아니라 2년 연속 최다 안타를 쳤으니 욕심이 난다"고 멋쩍게 웃던 손아섭은 수상 후 "외야수 연속 수상이 몇 년이 최다인지 모르겠지만 그 기록을 깰 수 있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