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각에서 처형까지 '일사천리' 식으로 진행된 장성택 사건으로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장성택 숙청이 공식 확인된 지난 9일 "북한 내부사무(일)"이라며 오히려 북중간 우호협력을 부각했던 중국 정부는 '장성택 사형집행' 소식이 나온 13일에도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다.
또 "중조(중북) 양국은 정상적 무역협력을 하고 있고 이는 양국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앞으로도 우호와 상호이익의 기초 위에서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양국간 경제협력을 부쩍 강조했다.{RELNEWS:right}
이런 가운데 중국은 북한 외무성 의례국(의전국)장인 리광남 일행이 이날 베이징을 방문한 사실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며 양국 간 외교채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중국의 이런 반응에는 일단 북한 내부의 불안정 요소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관측은 중국의 관영매체들 보도 태도에서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10일 '북한의 안정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글을 통해 중국과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속한 방중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고, 관영 신화통신도 최근 "이번 사건 이후 조선인민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이 국가가 안정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런 언행 속에서는 초조감도 함께 감지된다는 해석이 많다. 비록 짤막한 표현에 그치지는 했지만 '북한 안정',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강조는 결국 중국이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곡하게 표출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베이징 소식통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진 장성택이 그동안 중국 지도층으로부터 큰 신뢰를 받으며 양국의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후폭풍'의 강도가 문제일 뿐 이번 사건이 북중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장성택이 오래 전부터 북중 관계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왔다는 점에서 첫 경고음은 경제협력에서 먼저 발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북한이 이날 '장성택 사형 집행' 보도 전문에서 나선경제특구지역 토지에 대한 '50년 임대'와 '무역 및 외화벌이 단위와 재외기구를 조직하는 문제' 등을 죄목으로 거론했는데 이는 경제협력과 외화벌이 사업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분석했다.
장성택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고 계속 북한정세를 뒤흔드는 불안요소로 작용할 경우 중국은 '안보비용' 증가라는 또 하나의 악재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주변국과 치열한 영토 갈등을 벌이면서 미국과도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시작한 중국은 그동안 '대문 앞'에 위치한 북한의 정세불안을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소식 중 하나로 꼽아왔다.
홍콩의 대표적인 친중성향 신문인 대공보(大公報)는 이날 평론가 글을 인용해 북한이 과거와 달리 장성택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김정은이 권력상실에 대한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북중관계가 시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