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금연정책으로 경찰이 때아닌 흡연자 색출에 애를 먹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이를 처벌해달라는 112신고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인데, 되레 경찰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의 한 대학 건물 4층에 경찰이 출동했다.
금연 건물이지만 4층 창가 귀퉁이를 암묵적인 흡연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는데, 누군가 당장 흡연자들을 저지해달라며 112신고를 한 것.
이 때문에 조용하던 캠퍼스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에 적발된 A(21)씨는 "경찰차가 학내에 들어와서 무슨 일이 나지나 않았는지 깜짝 놀랐다"며 "단순 흡연 때문에 경찰이 출동해 과태료를 부과하니 큰 범죄를 저지른 것 같아서 기분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때아닌 112신고가 폭주하고 있다.
식당이나 주점, PC방 등에서 흡연자를 목격했을 때 어디로 신고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들이 무조건 112에 전화를 하기 때문이다.
연말 송년 모임이 많은 주말 저녁에는 취객들이 "흡연자가 담배를 다피기 전에 현장으로 출동해달라"고 반복해서 신고를 접수하고, 언성까지 높이고 있다.
112신고센터 경찰들은 연말 업무가 폭주해 육체적인 피로에다, 취객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적 피로까지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보고 "단순 흡연까지 경찰이 출동해서 관여하느냐"며 흡연자들이 불쾌감을 내비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부산진구의 한 지구대 관계자는 "112신고 내용을 선별적으로 골라 경찰력을 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도 112신고를 접수하면 현장에 출동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취객이어서 멱살잡이나 욕설 등 자주 소동이 벌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