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의 애런 헤인즈가 16일 오후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CC와 김민구, 농구 팬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진 제공 = KBL)
경기 도중 특별한 이유없이 상대 선수를 가격해 물의를 빚은 프로농구 서울 SK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2)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약 3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2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부과다.
KBL은 16일 오후 4시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개최, 지난 14일 전주 KCC와의 경기 도중 김민구를 가격한 헤인즈의 비신사적인 행위를 심의하고 이같은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KBL은 무거운 징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먼저 KBL은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규정과 전례를 감안해 심사숙고 끝에 징계 수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헤인즈는 지난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경기 도중 백코트를 하다 김민구를 어깨와 팔꿈치로 강하게 밀어 쓰러뜨렸다. 고의적으로 상대를 가격한 악의적인 행동이었다.
한 KBL 관계자는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상벌 규정이 명확히 마련돼있고 지난 사례들을 참고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자세히 검토했고 헤인즈에 대한 팬들의 비난 여론도 모두 감안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또한 KBL은 이번 결정이 최고 수준의 징계라고 강조했다.
선수간 비신사적인 행위로 인해 가장 강한 징계를 받은 선수는 2002-2003시즌 당시 인천 SK 소속이었던 최명도다. 최명도는 당시 대구 오리온스의 김승현에 주먹을 휘둘러 3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받았다. 구타를 유발한 김승현에게도 책임을 물어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KBL은 선수에게 직접 주먹을 날렸던 최명도에 내린 징계를 징계의 최대치 수준으로 설정했다. 전례를 감안하면 헤인즈에게 내린 징계 수위가 결코 가볍다고는 보기 어렵다.
문제는 설득력에 있다. 팬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KBL이 징계를 발표하자마자 연맹 홈페이지에 비난의 글들이 급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헤인즈는 재정위원회가 한창 진행되던 이날 오후 KBL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고개를 숙였다. "KCC와 김민구에게 사과하고 싶다. 김민구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 운이 나쁘게 그렇게 됐다. 경기가 과열되면서 신체접촉이 있었다. 다시 한 번 김민구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헤인즈가 직접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트에서 벌어지는 선수간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상벌 규정 자체가 너무 약하다고 지적한다.
KBL은 전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이전의 사례들 자체가 솜방망이 징계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트 위 페어플레이를 추구하고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벌 규정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