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 부대인 530부대 이모 단장이 정치글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이번 사건을 심리전 단장의 '개인적 일탈'로 결론지으면서 군의 셀프수사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 조사본부 "업무상 정치글 작성, 대선 개입 목적 없었다"
조사본부는 이날 오전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에 대항해 사이버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일부 정치적인 글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대선에 개입할 목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조사본부는 특히, 전임 사이버사령관이었던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 등 윗선의 개입이나 국정원과의 연계 의혹은 밝혀내지 못한 채 사이버심리전 단장 이모 씨가 단독으로 "대응작전간 정치적 표현도 주저마라"며 정치글 작성을 지시했다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현재 점차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대선 대입 사건의 초기 수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아닌 일부의 개인적 일탈에 의해 이같은 사건이 저질러졌다는 결론이다.
조사본부는 이같은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 비서관을 비롯해 요원들의 통화내역, 이메일, 관련문서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사회관계망분석(SNA), 빅데이터(BIG DATA) 분석 등 전문 기법을 수사에 동원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 '사이버사령관은 눈뜬 장님?' 단장 지시에 요원들 일사분란 댓글하지만 조사본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 안팎에서는 조사본부가 윗선 개입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은 채 '꼬리자르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관계자는 "군 내부에서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사결과"라며 "심리전 단장의 독자적인 결정이라는 건 사단장이 뻔히 있는데 연대장이 자기 멋대로 부대를 지휘한 것과 마찬가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사본부 설명대로라면 사이버사령관이 매년 40~5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심리전단의 활동에 대해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고 단장에게 전적으로 일임한 것은 이해할수 없는 일이라는 것.
여기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사령관이 아닌 3급 군무원 출신인 이 단장의 독단적인 지시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모두 1만 5천여건의 정치관련 글을 올리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인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군 조직의 특성상 심리전단의 활동을 사이버사령관이 모르고 있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단장은 하극상을 저지른 것이고 사이버사령관은 눈 뜬 장님"이라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도 "사이버사령부는 상명하복과 일일상황 보고를 생명처럼 여기는 군대"라며 "3급 군무원(이모 단장)이 사령관 등 지휘관의 지시 없이 대선에 개입해 불법 정치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믿겠냐"고 비판했다.
◈ 작전상 필요에 의해 문재인 비판 "대선개입 목적 아니다"
사진=윤성호 기자
특히,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정치인은 물론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비판한 정치글을 올린 사실을 발견해 놓고도 단순히 업무상 이뤄진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일 뿐 대선 개입은 아니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같은 지적에 백낙종 조사본부장은 "문 의원이 당시에 NLL과 관련된 우리 요원들이 보는, 또는 국방부 차원에서 보면 시각과 반대되는 말씀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반박하고, 그런 심리전을 하는 과정에서 문 의원을 일부 거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로서 특히 대선에 관련해서 그런 목적으로 한 것은 분명히 아닌 것으로 확인된 부분"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내놨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가 청와대 눈치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기만적인 수사결과는 특검을 도입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해 주는 것"이라고 특검도입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