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안들을 외면한 채 진학과 취업 등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됐던 청년들의 성찰과 각성을 담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뜨겁다. 16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응답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윤성호기자
요즘 한 고려대생의 대자보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열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사회각계로 확산되어가는 와중에 드디어 ‘교회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문구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서울 성공회대성당에서 한신대와 성공회대 등 5개 신학대 학생들로 구성된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 연합'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와중에 한 참가자가 ‘교회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손팻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신학생집회에 '교회는 안녕하십니까' 등장
사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표현은 경제난과 취업난, 철도 민영화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불안감을 정서적으로 잘 표현해냄으로써 큰 호응을 받으며 이러저러한 패러디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에 살고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결코 안녕하지 못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학생들의 집회에 ‘교회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우선 한국사회가 신학생들이 걱정할 정도로 안녕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생각이 듦과 동시에, 신학생들이 시국선언집회에서 나라와 사회에 대한 걱정 못지않게 교회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지점에 생각이 미치자 더욱 착잡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예수탄생' 기쁜 소식보다 '추문'이 무성
실제로 지금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인 요즘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경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성탄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는 좋은 뉴스보다는 온갖 안타까운 소식들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실정이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뉴스의 내용도 참 가지가지여서 우리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세계최대의 교회를 이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돈문제와 여성문제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중파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장식하였고, 모범적 대형교회의 상징으로 존경을 받던 사랑의교회는 새 예배당에 들어간 이후에도 건축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한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라는 위상을 누리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사실상 이단들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반발해 한국교회 대표적 대형교단가운데 유일하게 한기총에 남아있던 예장합동총회마저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지만 예장합동총회 소속인 홍재철 대표회장은 자신의 출신교단의 지적에 귀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합동교단을 탈퇴하면서까지 한기총의 이단옹호행위를 비판한 합동교단을 강하게 비난하였다고 한다. 다락방 류광수 목사와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를 이단으로 정죄해온 한국교회 여러 공교단들의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여기는 처사이고, 결국 한국교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트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또 보수적 신앙전통을 가장 확실하게 지킨다고 자부해온 예장고려교단의 대표적 교회인 경향교회는 원로목사의 여성문제와 그 아들인 담임목사의 교회운영문제로 교회내분을 겪더니 결국 교단과의 갈등으로 확산돼 서로 제명과 탈퇴를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수님이 지금 이 땅에 오신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시며 한국교회를 바라보실까, 정말 안타깝고 부끄럽기까지 한 심정이다. ‘교회는 안녕하십니까?’ 정말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주의 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대다수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일부 교회지도자들의 이탈행동때문에 이런 부끄러운 지적을 받으며 자부심에 상처를 받지않는 날은 언제, 어떻게 올 수 있을까? 세상을 걱정해야할 교회가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더니, 이제는 세상보다 더한 걱정거리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