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꿈의 교회(담임목사 김학중)에서 '몰래산타'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15일 부터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탈북 청소년 그룹홈 등을 찾아 꿈과 희망을 전했다.(사진 임동진)
"안녕하세요. 산타가 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사동 한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양손에 선물꾸러미를 든 10여 명의 산타가 등장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진 않았지만, 빨간 산타복에 새하얀 수염을 단 모습이 손색없는 산타할아버지다.
이날 산타들이 찾은 곳은 이국땅에서 네 남매를 키우고 있는 필리핀 여성 김화이란(34·가명) 씨 집.
예상치 못한 산타의 방문에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한아름 선물꾸러미를 받아든 채 산타들과 함께 노래와 율동을 즐기는 아이들. 마냥 신이 났다.
김민서(9·가명) 군은 "유치원 때 이후 산타할아버지가 오지 않아 많이 기다렸다"며 "올해는 산타도 보고 선물도 받아 너무 좋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몇 년 전부터 건강이 나빠진 남편을 대신해 홀로 생계를 책임져 온 김 씨. 평소 아이들을 챙겨주지 못해 늘 마음이 편치 않던 김 씨도 깜짝 산타의 등장이 고맙기만 하다.
김 씨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이번엔 제대로 된 선물 하나 준비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선물도 주고, 무엇보다 애들이 즐거워하는 것 같아 너무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내 생애 처음 받아 본 크리스마스 선물이야…"김 씨의 집에서 나온 몰래 산타들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들을 기다린 이는 40년 넘게 홀로 살아온 이순임(88) 할머니였다.
이 씨는 "반평생을 혼자 지내다 보니 평소 같으면 별로 외롭지 않지만 이맘때만 되면 사람냄새가 그리워진다"며 "이렇게 찾아와주니 너무 고맙고, 내 평생 크리스마스 선물은 처음 받아 본다"며 늦은 밤 어린 산타들의 방문을 반가워했다.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어서려는 어린 산타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안아주며 “고마워, 고마워….”를 되뇌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끝내 메기 시작했다.
이날 '몰래 산타'가 된 박보은 양(19‧경기외고)은 "다른 때 같았으면 친구들하고 뭘 하고 놀지만 궁리했을 것"이라며 "몰래 산타가 되어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여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했다.
◈'몰래 산타' 남몰래 선행 베풀던 본래 취지 살려안산 꿈의 교회(담임목사 김학중)가 올해 처음 시작한 사랑의 몰래 산타 행사가 어려운 이웃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고 있는 것.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날 500번째 '깜짝' 가정 방문을 마지막으로 열흘 간의 나눔 여정을 마쳤다.
스스로 몰래 산타가 되겠다고 나선 자원봉사자만도 1,000여명. 이들은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탈북 청소년 그룹홈 등을 찾아 꿈과 희망을 전했다.
몰래 산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산타클로스 본연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꿈의 교회 반석원 씨는 "산타의 유래가 원래 사랑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남몰래 선행을 베풀던 성자 니콜라우스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산타를 크리스마스의 오락적인 요소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산타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몰래 산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제작] = 노컷TV임동진PD(www.nocutnews.co.kr/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