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로 이적해 첫 경기를 치른 전태풍 (사진 제공 = KBL)
"아, 말도 안돼. 힘이 쭉 빠졌어요"
전태풍(33·부산 KT)은 지난 며칠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팀내 역할 문제로 갈등이 적잖았던 고양 오리온스를 떠난 것은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잘된 일이었다. 그런데 김도수의 도핑테스트 변수가 발생하면서 트레이드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아니, 실제로 취소됐다가 다시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전태풍은 지난 22일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 "태풍아 다시 와야겠다"는 말을 듣고 전태풍은 만감이 교차했다.
25일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전태풍은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아 말도 안돼, 기분이 다운됐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다시 가면 1분도 못뛰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했다"고 답했다.
전태풍도 알고 있다. 자신의 농구 방식과 오리온스가 추구하는 방식의 차이는 컸다. 서로 상생하는 길이 무엇인가는 명확했다. 오리온스는 KT와의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상생을 도모했다. 전태풍이 한때 무산 위기에 놓였던 이번 트레이드의 속개를 간절히 원한 이유다. 그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믿었다.
전태풍은 올스타전이 끝난 뒤 집에 들렀다. 그 사이 두 구단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전태풍은 "숙소 건물에 있는 KT 마크를 보고 나서야 기분이 풀어졌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웃었다.
이번 4대4 트레이드는 KT가 김도수의 도핑테스트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오리온스 측에 사전 공지하지 않으면서 자칫 취소될 뻔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전태풍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
KT의 베테랑 송영진은 "만약 이번 트레이드가 무산됐다면 양팀은 물론이고 특히 8명의 선수들은 굉장히 힘들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풍은 "이제 KT에서 무조건 잘해야 된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태풍은 이날 극심한 야투 난조에 시달렸다. LG가 경기 초반부터 전격적으로 시도한 2-3 지역방어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료들과 손발이 맞지 않은 가운데 지역방어를 깨기가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