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등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입버릇처럼 밝혀왔던 '대화론'이 새삼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아베 총리에게 더 크게 분노한 이유는 그가 줄곧 한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2개월 전인 지난 10월부터 참배를 계획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그가 밝혀온 대화론은 '포장용'이었음이 더 선명해졌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지적했다.
그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획했다는 지난 10월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회의가 집중됐고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 간 회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한창 나올 때였다.
당시 그는 APEC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과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자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라도 기회를 잡아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이들 다자회의에서도 별 소득이 없자 곧바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결심을 굳혔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개선노력을 보여주지 않은 채 대화론만을 주창하다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그의 대화론이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게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도 지난 26일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직후 쿠라이 타카시(倉井高志)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사대리)를 불러 "아베 총리가 대화하겠다고 한 것이 과연 진정한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사고방식으로 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자기 신념에 따른 것이지 실수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