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에 휩싸인 국민은행 도쿄(東京)지점이 5년 넘는 기간에 4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내준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불법 대출의 대가로 추정되는 국내 유입자금의 흐름과 사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원곤 부장검사)는 300억엔에 가까운 자금을 대출 자격이 안되는 기업체 등에 빌려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국민은행 도쿄지점 전 지점장 이모(57)씨와 부지점장 안모(5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0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3차례에 걸쳐 289억엔, 안씨는 2007년 6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140차례에 걸쳐 296억엔의 대출을 부당하게 내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출은 대부분 이들의 공동범행으로 이뤄졌고 전체 불법대출 규모는 약 300억엔인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하며 범행이 집중된 2010∼2011년 환율을 적용하면 한화 4천억원 안팎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확인된 1천700억원의 배를 뛰어넘는 액수다.
이씨 등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거나 같은 건물을 담보로 잡고 여러 번 대출해주는 수법을 주로 썼다.
담보 대상인 부동산의 매매계약서나 감정평가서의 금액을 대출금액에 맞춰 고쳐쓰도록 여신 담당 직원에게 시키거나 아예 처음부터 위조된 서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대출 차주(借主)는 이런 방식으로 실제 부동산 가격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아 자신의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부동산을 매수했다.
이씨 등은 대출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본사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여신 규정을 피하기 위해 변제 능력이 없는 기업체 직원이나 한국인 유학생을 대표로 내세운 제3자 명의 법인들에 대출을 쪼개주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이들의 불법대출로 발생한 부실채권의 일부를 최근 매각해 540억원의 손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불법 대출과 함께 뒷돈이 오간 사실을 일부 밝혀내고 돈의 흐름과 추가 리베이트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씨에게 9천만원의 리베이트를 건넨 홍모(5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 등의 혐의로, 불법 대출을 받은 차주의 부탁으로 1억6천만엔(한화 16억1천만원)을 국내로 몰래 들여온 A(42)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집중감사를 벌이고 있는 금융감독원 및 일본 금융청과 협력해 실제로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이씨가 일본에 차명으로 보유한 재산은 없는지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