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하는 우경화 행보로 중국과 한국의 질타를 받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최근 국내 교과서에 우익 시각을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일본 지도자들, 역사를 다시 쓰려 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과서 개입 파문은 아베 총리의 2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보다는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일본 내 군국주의를 부추기고 대중(對中)관계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교과서 파문은 이번 달 20일 일본의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위원회가 '정부 견해에 맞는 기술'을 교과서에 의무화한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일본 교과서는 1937년 난징(南京) 대학살과 독도·위안부 문제 등 주변국과 갈등이 큰 사안에서 자국 정부의 시각을 우선으로 반영해야 한다.
중앙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로 '교육 우경화' 개입을 넓히려는 현 아베 정권의 행보도 걱정거리라고 NYT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역 학교 관할권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지방 정계를 이용해 보수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촉발했다.
또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달 말 오키나와(沖繩)현의 소읍인 다케토미(竹富) 마을이 소속 교육 당국의 결정에 맞서 우익 성향의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자 이례적으로 직접 시정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중앙 정권이 다케토미 마을을 본보기로 각 지역 학교의 '좌편향' 행보를 억누르고 교과서 우경화의 승기를 잡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다케토미 마을이 있는 오키나와는 전통적으로 반(反) 군국주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때 다케토미 마을 주민들은 일본군의 강요로 정글로 거처를 옮기면서 말라리아 등에 수백 명이 숨지는 비극을 겪었다.
다케토미 마을의 학교 감독관은 우익 교과서가 전쟁의 참혹함을 후대에 가르치지 못해 문제가 크다면서 중앙 정부의 개입에 기존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NYT에 밝혔다.
NYT는 "교육 문제는 아시아 양대 강국인 중국과 일본의 시각을 경직시키고 긴장을 높이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애초 극우 이슈보다 경제 살리기에 치중한 아베 총리에게 이번 문제는 정치적 위험성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