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게 1948년 도쿄 국제전범재판소의 판결을 인정하는지를 공개 질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한미문제연구소(ICAS)에서 활동 중인 닉쉬 박사는 29일(현지시간) 논평에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아베 총리가 도쿄 전범재판소에 의해 유죄가 확정된 A급 전범 14명에게 참배한 것인지, 또 전범재판소의 재판결과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자들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라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닉쉬 박사는 "전범재판소는 1948년 A급 전범 14명의 유죄를 확정했으나 일본 정부가 이 14명을 1978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시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며 "특히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이 14명에게 내려진 유죄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닉쉬 박사는 "그렇다면 주변국들은 아베 총리에게 직접적으로 '당신은 전범재판소가 이 14명에게 내린 유죄판결을 인정하느냐'고 물어봐야 한다"며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와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관계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아베 총리가 유죄판결을 받아들인다고 답변한다면 이는 역사 수정주의자들과 입장과는 분리된 것으로 주변국들은 비판을 거둬야 한다"며 "일본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A급 전범이 아닌) 전사자들을 명예롭게 대우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아베 총리가 판결을 거부하거나 답변을 회피한다면 주변국은 당연히 그를 비판해야 한다"며 "A급 전범 14명에 대해 참배하고 역사 수정주의자들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닉쉬 박사는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미국 국무부가 아베 총리에게 그 같은 질문을 직접 던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지만 한국 정부는 가능하다"며 "한국과 미국 언론도 사설 등을 통해 공개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닉쉬 박사는 "일본의 과거사 논란과 관련해 실질적 내용이 결여된 비판이나 규탄은 비생산적"이라며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공허한 비판이나 규탄을 넘어서는 어떤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8월 미·일관계 보고서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의 행위로 인해 부당하게 비판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역사 수정주의 단체들에 관여해왔다"며 "이들 단체는 도쿄 전범재판의 결과가 정통성이 없으며 1937년 난징 대학살은 과장 또는 조작됐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내 대표적 지일파 학자 중 한명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연합뉴스에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에 실망했다는) 미국 국무부의 입장은 옳다"며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일이 단순히 위험한 군국주의 또는 민족주의의 징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일관계, 나아가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