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 (자료사진/노컷뉴스)
다사다난했던 2013년, 한국 스포츠도 여러 굵직한 이슈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메이저리그 열풍이 10여 년 만에 다시 불어닥쳤고, 한국 축구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다. 프로야구는 9구단 체제의 명암이 엇갈렸고, 아시아 정상에 섰던 프로축구는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농구, 배구 등 겨울스포츠는 승부 조작의 직격탄 속에 희망을 차츰 찾아갔다. 2013년 스포츠를 CBS노컷뉴스 체육부가 결산했다.(편집자주)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프로배구가 승부와 경기 조작 파문으로 신음할 때 농구계는 "농구 코트만큼은 청정 지역"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찌든 사회 속에서 프로농구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더욱이 프로농구는 다른 종목 이상의 큰 충격을 안겼다. 단지 청정 지역일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 아니다. 한때 남자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였고 지도자가 된 뒤에도 승승장구하던 강동희(47) 전 원주 동부 감독이 어두운 거래에 직접 관련이 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이 더욱 컸다.
강동희 전 감독은 지난 2011년 2~3월 브로커들에게 4700만 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지난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금껏 승부조작 혐의로 인해 구속된 체육인 가운데 강동희 전 감독만큼 전국구 스타로 인지도가 높은 인사는 없었다. 그런 만큼 농구계는 경악했고 팬들의 실망감 역시 컸다. 강동희 전 감독은 지난 9월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영구제명됐다.
화려했던 현역 시절도, 사령탑 부임 3년 만에 팀을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던 지도력도 모두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승부 조작에 벌벌' 2013년 한국 농구의 슬픈 자화상강동희 전 감독이 구속된 지난 3월, 농구계는 '공포의 소문' 때문에 벌벌 떨었다. 검찰이 강 전 감독 외에도 승부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동희 전 감독에게 금품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최 씨가 10여 년 전부터 스포츠 에이전트를 자처하며 농구계와 폭넓은 인맥을 쌓았기 때문이다.
적잖은 농구계 인사들이 "이 기회에 코트를 오염시킨 승부 조작을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 그래야 팬들의 의심을 지울 수 있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강동희 전 감독을 구속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KBL의 대처와 향후 대책도 사태의 본질을 벗어나 논란이 됐다.
한선교 KBL 총재는 강동희 감독이 구속 수감되자마자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제보 및 자진신고 포상제를 도입했다. 부정 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사실로 확인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 중인 포상제와 별도로 1억 원을 포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란한 회견 속에 정작 승부 조작 근절 대책은 근본적인 사태 해결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제도와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변경 등 평소 한총재가 추진하고 싶어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부분들이 주를 이뤄 관계자들의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