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에서 30일 오전(현지시간) 전날에 이어 또다시 자폭 테러로 보이는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졌다.
현지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폭발은 이날 오전 8시 25분께 볼고그라드 제르진스키 구역의 카진체프 거리를 운행하던 트롤리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 "남성 자폭 테러범이 용의자…40여명 사상" = 보안기관 관계자는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중 한 명이 몸에 지니고 있던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폭발의 성격과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잔해 등이 이같은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도 "남성 자폭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용의자의 시신을 수습해 신원 확인을 위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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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의 위력은 TNT 4kg에 해당할 만큼의 강력한 것이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버스가 완전히 파괴돼 앙상한 뼈대만 남았으며 버스 주변에는 희생된 승객들의 시신 잔해들이 흩어져 있는 참상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베르니카 스크보르초바 보건부 장관은 이날 테러로 14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12명은 테러 현장에서 즉사했고 2명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 사망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장에는 구조대와 보안기관 요원들이 급파돼 부상자 수송과 사고 원인 조사를 벌였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폭발을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마르킨 대변인이 밝혔다.
◇ "하루 전 기차역 테러와 연관 가능성" = 마르킨은 또 하루 전 발생한 볼고그라드 기차 역사 자폭 테러와 이날 트롤리 버스 테러가 서로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역사와 버스 테러에서 사용된 폭탄의 살상용 파편이 동일한 점에 비추어 두 테러가 서로 연관됐으며 동일한 장소에서 준비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수사당국은 테러범들이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고 주민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연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과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경찰청장)을 잇따라 만나 테러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보르트니코프 국장과 콜로콜체프 장관은 면담에서 남부 이슬람 자치공화국 다게스탄과 인근 스타브로폴주에서 반군 소탕 작전을 벌여 몇 명의 테러범들을 사살했다고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면담 후 보르트니코프 FSB 국장을 진상 조사와 수사 지휘를 위해 볼고그라드로 급파했다.
◇ 주민들 불안 확산…대중교통 이용 자제 = 연쇄 테러로 인한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현지 주민은 "모든 사람이 버스와 전차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두려워하고 있다"고 불안에 휩싸인 도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트롤리 버스 테러 이후 인터넷에는 정기 노선 버스와 전차 등에서 추가로 테러가 발생했다는 글들이 올라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의 붉은광장에서도 폭발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수상한 비닐봉지가 발견돼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한 여성이 비닐봉지를 크렘린궁으로 들어가는 관용 출입문인 '스파스카야 바슈냐' 근처에 두고 도망가는 바람에 폭발물 전문가들이 출동하고 광장에 있던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했다. 실제로 이 비닐 봉지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문제의 여성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 3개월 동안 잇따른 테러 = 한편 이날 트롤리 버스 테러에 앞서 하루 전인 29일 낮 같은 볼고그라드시의 기차 역사 안에서도 자폭 테러가 발생해 현재까지 17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40명을 넘었으며 그 가운데 5명은 중태다.
또 지난 10월 21일에도 볼고그라드 시내 정기 노선 버스 안에서 30세 여성이 몸에 차고 있던 폭발물을 터뜨려 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조사 결과 자폭 테러범 나이다 아시얄로바는 남부 이슬람 자치공화국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테러 단체 소속 반군의 내연녀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볼고그라드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테러가 내년 2월 소치 올림픽 방해를 노린 이슬람 반군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반군들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테러를 자행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볼고그라드가 소치에서 크게 멀지 않은 남부 도시란 점에서다.
◇ 소치 올림픽 방해노린 이슬람 반군 소행인 듯 = 연방군의 강력한 소탕 작전으로 세력이 크게 약화한 이슬람 반군들은 소치 올림픽을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행사 기간을 전후해 대규모 테러를 저지를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 최대 이슬람 반군 지도자인 도쿠 우마로프는 지난 7월 전력을 다해 소치 동계올림픽을 저지할 것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900km 지점에 위치한 볼고그라드는 소치에서는 65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