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甲午年)을 맞이한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새해를 기념하며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사진=윤성호 기자)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를 알리는 서울 종로 보신각 제야의 타종 행사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장엄한 종소리 아래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했다.
31일을 지나 새해의 1일을 맞는 자정이 되자 2014년 새해를 부르는 제야의 종소리가 도심에 힘차게 울려 퍼지며 갑오년의 새날을 알렸다.
국가기관의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으로 시작해 유례없는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과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했던 계사년(癸巳年)은 어느새 저만큼 물러서고 푸른 말이 힘차게 도약할 청마(靑馬)의 해가 다가왔다.
영상 4.2도의 따뜻한 날씨 속에 인산인해를 이루며 보신각을 찾은 10만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33차례의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함께 온 사람들의 손을 맞잡고 서로의 행복을 빌었다.
이번 타종인사엔 관례대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의장 직무대행, 서울시 교육감, 서울지방경찰청장, 종로구청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또 서울시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48) 씨와 함께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는 만화카페만 27년째 운영하는 정미선(47·여) 씨, 각종 현장에 2만여 회 출동하며 4100여명의 목숨을 구한 서울 동작소방서 황진규(43) 소방위 등 시민 추천인사 11명도 타종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 타종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신각에서 "올해는 가장 날랜 말이라고 하는 청마(靑馬)의 해"라며 "우리 모두 함께 잘 달리고 행복하고 소원을 이루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도 시민 옆으로 다가가서 소통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기댈 언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랑하는 연인, 가족과 새해 첫날을 함께 맞이한 시민들은 지난해를 마무리하며 가슴 벅찬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 권을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대학생 이다솜(23·여) 씨는 "지난해 20kg 감량에 성공한데다 남자친구까지 생겨 무척 행복했다"며 "올해 계획해온 순례길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다.
서울 중랑구에서 남자친구와 종소리를 들으러 왔다던 이가인(27·여) 씨는 "좋은 남자친구 만나 행복했지만 일자리를 잡지 못해 힘들었다"며 "이제 취업에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벌고 가족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3살배기 아들을 품에 안은 채 아내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던 장만욱(42) 씨는 "다사다난한 2013년이었지만 우리 가족이 건강해서 참 다행이었다"며 "가족과 친지가 건강하고, 아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화장실도 잘 가리면 좋겠다"며 웃었다.
서울 은평구의 부녀회 임원들과 새해를 맞으러 온 권상숙(57·여) 씨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남편이 일하던 중 높은 곳에서 떨어져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며 "부녀회장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아픈 마음을 달랬는데 다른 분들과 함께 더 많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신각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가수들의 축하공연에 시민들은 흥겨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식전행사에는 다문화 출신 여가수 그레이스 이브가 아리랑을 열창했고, 타종 후에는 소년 성악가 양승일 등이 공연을 선보였다.
한편 경찰은 31일 밤 11시부터 1일 새벽 1시 30분까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주변의 종로와 청계천로 등 4개 구간에서 차량운행을 통제했다.
대신 서울시는 타종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귀가를 돕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