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로 표기하는 '도로명주소'가 새해부터 본격 사용되고서 업무 첫날인 2일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면시행 이틀째, 내비게이션에 새 주소가 입력되지 않은 탓에 택시기사들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가 하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은 현장을 찾지 못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벌어졌다. 새 주소를 익히지 못한 시민들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우선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택시·택배기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택시기사 김모(38)씨는 "예전에는 '○○동'이라고 하면 대충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도로명만 보고는 감을 잡기 어렵다"며 "내비게이션에도 아직 새 주소가 입력되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이모(48)씨는 "하루에 수백개를 운송하는데 일일이 주소를 검색하기는 힘들다"며 "동네 작은 골목길까지 주소를 다시 외워야 하니 정말 큰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촌각을 다투는 소방·경찰의 어려움은 더하다.
광진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내비게이션이 새 주소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다 가장 중요한 '동(洞)'이 안 나오니까 전혀 엉뚱한 길로 인도한다"며 "1분1초도 아까운 시간에 주소를 찾지 못해 헤매다 보면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어 아직은 소방방재센터 본부에서도 옛주소를 바탕으로 신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력계 한 형사는 "도로명을 누르면 비슷한 주소가 100여개는 나오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에 옛주소를 먼저 누르고 근처에 가서 새주소로 변환해 목적지를 찾는 식으로 일이 번거로워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에도 혼란이 우려된다. 매매·임대차 계약 시 해당 건물 주소는 기존 지번 주소로 표시하지만 계약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소를 운영하는 유모(42·여)씨는 "옛주소와 새주소를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많이 헷갈린다"며 "구청에서 나눠준 책자를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수년간 홍보를 거쳤다고 하지만 새주소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사는 김모(32)씨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려고 새 집주소인 '통일로'를 치니 전국에 수십개는 되는 것 같더라"며 "일일이 확인하고 주소를 입력하려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토로했다.
주민등록등본 등 민원서류를 떼려고 관악구청을 방문한 60대 남성은 새 주소를 몰라 직원에게 확인하고 나서 등본을 뗄 수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볼 때에는 도로명 주소만 사용 가능하다는 직원의 안내에 이 남성은 "수십 년간 써왔던 주소를 버리고 새주소를 써야 하다니 어색하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