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당대표 선출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지만 덕담보다는 쓴소리를 주로 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동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촉구했던 김 대표는 3개월여 만에 대통령에게 특검이라는 과제를 던졌다.
연말 예산안 정국에서 잠잠했던 특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격이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보인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박 대통령 주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도입을 재차 촉구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는 국가기관 대선개입으로 민주주의가 상처 받고,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로 민생은 더욱 고단했던 한 해였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반도 평화가 위협 받고 있다"면서 "정치는 실종된 한 해였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갑오년은 나라 안팎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공존으로 가는 대전환의 해가 되기를 온 국민이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면서 "대선 관련 의혹들은 모두 특검에 맡겨 정리해야 한다"고 특검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활성화, 여·야·정 및 경제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와 같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며 "남북 간 긴장이 해소된다면 일본의 군사대국화 경향도 명분을 잃을 것이고 그러면 동북아의 안정도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새해에는 여야는 물론 대통령과 야당도 충분히 소통하는 정치로, 대통령이 주창하는 국민대통합과 민주당이 추구하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야당과의 소통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앉은 헤드 테이블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양승태 대법원장, 정홍원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이 착석했다.
김 대표는 인사말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을 상대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여야 공통 공약사항이었던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김 대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지만 여당이 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여당에게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같은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바라보면서 "잘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지정석이 떨어져 있어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나눈 대화는 없었으며,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했다고 김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올해 민주당의 제1과제는 특검이고, 이 부분을 매듭 지어야 여야 관계가 제대로 정상화된다. 이 부분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라며 김 대표의 인사말 취지를 설명했다.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박 대통령의 신년인사회 메시지에 대해서는 "법치주의 강조도 중요하지만 좀 더 소통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통합의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부분이 강조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신년인사회에서는 박 대통령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국무총리, 중앙선관위원장, 여야 대표 순으로 공식 인사말을 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건배사를 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측에서는 김 대표를 비롯해 전병헌 원내대표와 노웅래 비서실장, 김관영 수석대변인,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