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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쓸쓸한 노인 목소리에 귀기울인 청년들

가난하고 쓸쓸한 노인 목소리에 귀기울인 청년들

[북] '황혼길 서러워라'… 20대가 발로 뛰고 가슴으로 쓴 노인보고서

황혼길 서러워라/제정임/오월의봄

 

기적으로까지 표현되는, 6·25 이후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끈 현재 노인 세대의 슬픈 인물상. 신간 '황혼길 서러워라'(제정임·오월의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작 '벼랑에 선 사람들'을 통해 서럽고 눈물나는 우리 시대 가난한 이들의 삶을 기록한 단비뉴스(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온라인신문)가 이번에는 한국 사회의 노인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농촌 노인' '치매' '고령 노동' '황혼 육아' '독거노인과 고독사' '노년의 성과 여가'라는 여섯 가지 주제를 통해서다.

유엔이 정한 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7% 이상인 경우다. 그 점유율이 20% 이상일 때는 초고령화 사회라 부르는데, 한국은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지난해 전국 60곳 이상의 시군구가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은 얼룩져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노인가구 10곳 중 3곳은 자녀와 떨어져 혼자 사는 데다, 노인가구의 상대 빈곤율도 OECD 33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개인 한 명 한 명에게 소비자라는 이름이 붙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력이 없는 노인층의 대다수는 무의미한 존재로 치부되기 일쑤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투표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나마 선거철이 돼야만 정치권에서 모시는 존재로 전락한 이들이 우리 시대 노년층이다.

'차라리 노인들이 외롭다, 힘들다고 말했으면 나았을 것 같다. 너무 오래 가난에 지친, 그래서 상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감각해진 노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야 하는 일이 너무 괴로웠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물었더니 평생이라 말하는 그분들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43쪽)'

우리 사회가 쉬쉬하는, 노인의 성 문제를 다룬 장은 특히 눈길을 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성욕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인들의 이성교제를 부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노년의 성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껄끄럽게 여기는 분위기는 노인 문제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민낯을 오롯이 드러낸다.

'2012년 한 해 동안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를 찾은 사람 중 200여 명이 성 문제와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중에는 배우자의 외도, 발기부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 만난 이성 친구 때문에 자녀와 갈등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2011년에 사단법인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실시한 노인 성상담 사례를 보면 김씨, 박씨와 같은 부부 성 갈등이 19%로 세 번째에 해당하는 고민이었다. 성병과 약물 등 기타 사례가 43%로 가장 많았고, 성기능 상담이 21%로 두 번째였다. (212쪽)'

이 책은 노인기획취재팀을 꾸린 단비뉴스의 20대 청년들이 발로 뛰고 가슴으로 쓴 노인보고서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세대 갈등의 대척점에 선 우리 시대 노인과 청년이 서로의 아픔에 공명하고, 그들을 그러한 모습으로 있게 한 사회로 눈을 돌리는 데 이 책이 큰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드는 까닭이다.

한 학생 기자의 취재후기는 이러한 기대감의 증거가 된다.

'우리의 부모, 조부모일 수 있는 노인들에게 우리는 왜 차갑고 냉담한 시선을 보냈던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인과 젊은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 서로에게 상처 대신 용기를 주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224,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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