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조난당했던 러시아 탐사선 '아카데믹 쇼칼스키'호와 중국 쇄빙선 쉐룽(雪龍)호가 모두 탈출에 성공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과 중국신문망 등이 8일 보도했다.
쇼칼스키호는 남극 탐사에 나섰다가 지난해 12월 말 유빙에 부딪혀 조난당했으며 쉐룽호는 쇼칼스키호 구조 작업을 벌이다 역시 얼음층에 갇혔었다.
이고리 키셀료프 쇼칼스키호 선장은 이날 이타르타스 통신에 탐사선이 마침내 유빙층에서 완전히 벗어나 열린 바다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셀료프는 "날씨도 좋고 선박 상태도 좋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오는 14일쯤이면 뉴질랜드의 블라프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중국 쇄빙선 쉐룽호도 유빙층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 열린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쇼칼스키호와 쉐룽호가 더이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구조하러 나섰던 미국 쇄빙선 폴라 스타호는 원래 목적지인 맥머도 남극 기지로 방향을 틀었다"고 소개했다.
쇼칼스키호는 호주 출신 극지 탐험가 더글라스 모슨의 역사적 남극 탐사 100주년을 맞아 그의 이동로를 그대로 재현하는 탐사에 나섰다가 지난해 12월 24일 유빙에 부딪혀 조난했다.
탐사선엔 러시아 승무원 22명과 호주인 과학자 및 여행객 52명 등 74명이 타고 있었다.
이후 쇼칼스키호 승객 52명 전원은 쉐룽호가 보낸 헬기를 통해 조난 9일 만인 지난 2일 모두 구조됐다.
22명의 승무원이 탄 쇼칼스키호는 이후로도 유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 풍향이 바뀌어 얼음 덩어리에 틈이 생기면서 탈출 기회를 잡았다.
한편 중국신문망은 쉐룽호가 7일 오후 8시30분(중국시각)께 조류와 바람 등으로 얼음층이 이동하는 시기를 이용해 선박을 둘러싸고 있던 두꺼운 얼음층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쉐룽호가 탈출하자 중국 국가해양국 국장 류츠구이(劉賜貴)는 쉐룽호와 영상통화를 통해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위로와 축하의 뜻을 전했다.
쉐룽호는 쇼칼스키호 승객들을 구출하고 나서 두꺼운 얼음에 갇히면서 승무원 등 탑승자 101명과 함께 조난상태에 빠졌다.
이후 조류 등의 영향으로 얼음이 이동하면서 얻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 외부 도움 없이 자력 탈출에 성공했다.
중국은 이번 쉐룽호의 조난으로 해양과학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쉐룽호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2의 쇄빙선을 건조키로 하는 등 해양과학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