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윤성호기자
디젤택시에 대해 유가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한 ‘택시운송사업 발전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디젤 택시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 중형 디젤 승용차 시장 성장에 불을 지피게 될 지 주목되고 있다.
택시발전법으로 불리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환경성이 대폭 개선된 유로 6 경유 승용차가 출시되는 2015년 9월부터는 경유 택시에 대해서도 화물차나 버스 수준인 리터당 345원 54전을 지급한다는게 골자다.
국토부는 대신 LPG 택시가 경유택시로 지나치게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간 경유택시로의 전환은 1만대로 제한하기로 했다.
일단 첫해 연간 1만대라는 댓수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디젤 택시 도입을 위한 당근을 정부가 제시하면서 얼마나 많은 택시회사들이 디젤 택시를 도입할지, 이런 움직임이 국산 중형 디젤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게될 지도 관심이다.
일단 택시업계는 이번 정부 조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택시업체를 경영하는 양 모 대표는 “국산 완성차 업계가 디젤 택시의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 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디젤의 경우 연비가 좋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형 LPG 택시는 대략 한 대당 1,600만원 정도에 공급되고 있는데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일반 엔진에 비해 가격이 4-500만원 정도 비싸기 때문에 초기부담은 늘 수 있지만 연비나 충전소에 비해 풍부한 주유소 등 편의여건도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대구에서 현대차의 i40 디젤 택시를 시범운영한 적이 있는데 LPG에 비해 연비가 좋은 것으로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현재 보조금 수준으로는 획기적인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선호도는 변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PG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디젤택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동대 경영대학 홍창의 교수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하루 주행거리가 훨씬 긴 택시기사들은 자동차 품질에 매우 민감하고 여러 경로로 피드백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반응에 대응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5년안에 유럽 수출차의 8-90%가 디젤 승용차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디젤 택시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정부가 선택하면서 지금은 불모지나 다름없어 수입차 시장에 내주고 있는 국내 중형 이상 디젤 승용차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는 준중형 이하 차급에서만 디젤 승용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중형 이상 차급에서도 디젤 모델을 내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중에 중형차급인 말리부 디젤 모델의 출시행사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디젤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가솔린 2.0과 2.4로 돼 있는 말리부에 2.0 디젤까지 가세할 경우 라인업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SM5의 디젤모델을 올 하반기쯤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미 2.0 디젤 엔진이 장착된 차량을 유럽과 터키에 수출하고 있다”면서 “국내시판은 아직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디젤 택시의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국산 완성차 업체들도 중형 디젤차 출시를 서두르면서 그동안 수입차에 내줬던 중형 디젤 승용차 시장에 새 바람이 불 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