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경찰서는 수백억대 재력가를 사칭하며 부동산과 골동품을 바꾸자고 속여 국보급 유물을 빼돌린 혐의로 박모(67) 씨와 박 씨의 범행을 도운 골동품 상인 민모(51) 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7∼8월에 수백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 행세를 하며 서울 인사동 골동품 상인들에게 접근, “땅과 골동품을 바꾸자”고 속여 고려청자 전시화병 등 시가 30억원 상당의 골동품 4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박 씨는 실제 강남의 부동산 부자인 A 씨의 주민등록증과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위조해 상인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조선백자 달항아리 1점을 받아내고, 사전 감정을 핑계로 미리 봐둔 골동품 3점은 상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빼돌린 도자기들을 골동품 상인들에게 담보로 맡기고 3억1000만원을 빌려 유흥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 씨가 빼돌린 유물 4점 중 3점을 회수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을 의뢰했으며, 가장 고가인 고려시대 진사화병은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박 씨가 가로챈 유물이 훔친 물건인 줄 알면서도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골동품 업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