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대학생과 시민 수십명이 참여한 가운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백일장이 열렸다.
같은 날 서대문 독립공원에서는 70·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들이 모여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기도 했다.
11일 오후 1시 서울 중앙대학교 정문 앞. 추운 날씨에 목도리와 두꺼운 점퍼로 무장한 대학생과 시민 30여명이 청소노동자들의 천막 앞으로 모여들었다.
한달째 파업 중인 학교 청소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중앙대학교의 '불통'을 비판하는 '백일장'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중앙대는 최근 교내에서 집회를 열거나 대자보를 붙이면 1회에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간접강제를 신청해 강경 대응 논란을 빚었다.
참가자들은 하얀 전지 위에 글을 쓰는 것은 물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등 자유로운 형식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 갔다.
백일장에 참석한 대학생 백상진(27)씨는 "우리는 학생이지만 언젠가 노동자가 될 것이기에 노동자 문제가 침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만원짜리 가짜지폐로 만든 꽃을 대자보에 붙이던 중앙대 사회학과 3학년 박혜민(21·여)씨는 "대자보 1장당 100만원을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장미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이 아름답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앙대 독문학과 4학년 노영수(31)씨는 "대자보를 손으로 쓴다는 것은 자발성과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라면서 학교측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을 촉구했다.
이날 백일장의 '장원'은 서울대 언어학과 1학년 김현우(21)씨에게 돌아갔다. 김씨는 학교 측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유머가 섞인 날카로운 비판을 펼쳤다.
김씨는 대자보에서 '직접고용 않는 일'을 '후려치기'라 하고, 노동자의 파업과 발언을 방해하는 일을 '노조깨기'라 한다'면서 '후려치고 노조깨는 이를 장사치라 부르니, 학생이 장사치를 비판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스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70·80년대 민주화 세대들도 후배들의 목소리에 질 수 없다는 듯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오후 3시 서대문 독립공원에 모인 서울지역 대학 민주동문 협의회 등 단체로 구성된 '민주화세대 시국선언 준비모임' 500여명은 '2014 갑오년, 민주주의를 구하라'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지난 군사독재 시절 실로 수많은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지켜왔던 대한민국의 민주 정통성은 이제 바람 앞의 촛불처럼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또 '국정원 등 비밀정보기관 전면 개혁', '관권선거 부정 범죄와 범죄 진상의 축소은혜 공작 수사'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각 대학 민주동문회 깃발 십여개가 독립공원 광장을 가득 메웠고 참가자들은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배예숙 이화여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우리는 우리가 지켜왔던 민주주의를 밝히기 위해 이자리에 온 것이고, 젊은 세대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려고 왔다"며 취지를 밝혔다.
정동익 4월혁명회 대표는 "지난 대선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할 총체적 관권 부정선거"라며, 박근혜 정권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서울광장까지 행진해 5시부터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