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얼어붙은 북미와 대조적으로 유럽에서는 이상고온이 이어져 겨울잠을 자던 곰이 깨어나고 때아닌 봄꽃이 피는 등 생태계 교란 우려를 낳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기록적 한파는 극지 회오리바람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원인이 됐다. 겨울철 북극의 찬 공기를 막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화하면서 폴라 보텍스가 남하한 것이다.
북미에서는 예년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왔던 폴라 보텍스는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훨씬 북쪽으로 밀려 올라갔다. 일종의 반작용이다.
이 때문에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지역에서는 예년보다 섭씨 4∼5도 이상 높은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기상학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자국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4.2도 올랐다고 전했다. 특히 오슬로 등 동남부 지역의 경우 12월 평균 기온이 역대 3번째로 높았다.
핀란드 역시 전국적으로 평년 수준보다 4∼5도 높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헬싱키는 12월 말 평균기온이 최근 30년간 가장 높았다.
스웨덴에서는 전국 대부분에서 기록적인 고온이 이어지는 가운데 날씨가 널뛰듯 하고 있다.
북부 니칼루옥타의 기온은 지난달 3일 4.7도까지 올라갔다가 일주일 가량 뒤인 9일에는 영하 40.8도로 곤두박질 쳤고 그 이틀 뒤에는 다시 영상 7.7도를 기록했다.
스웨덴 기상·수자원학 연구소는 "북부 지역에는 겨울이 왔지만 남부는 아직 가을 정도 날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북유럽 지역에서는 눈 대신 폭우가 쏟아져 홍수 위험이 커졌다.
노르웨이 기상학연구소는 "이번 겨울 일부 지역 강수량이 최고 3배로 늘어났고 전국적으로는 예년 평균 대비 180%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이상고온에다 폭우로 강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동면하던 곰이 깨어났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노르웨이대에서 곰 연구 프로젝트를 이끄는 존 스벤슨 교수는 "남유럽에는 날씨가 더 따뜻해 아예 겨울잠에 들지 않는 곰도 있다"며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 곰의 먹이가 되는 나무열매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고온에 따른 이상현상은 곰뿐만 아니라 조류, 식물, 곤충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노르웨이의 한 신문은 봄꽃인 수선화와 데이지, 민들레 등이 지난달 중순 피어난 모습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