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에서 나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6·4 지방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양보없는 정면대결을 예고해 야권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을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보고 막강한 경쟁자를 내보내겠다는 방침이어서 안 의원과 박 시장이 과거 정치적 동지 관계에서 적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호남과 달리 수도권에서만큼은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희망을 품고 있던 민주당에서는 '박원순 떨치기'가 아니냐는 강한 불만까지 제기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대결 구도가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번진 것은 안 의원이 장하성 고려대 교수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소장인 장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지내며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모두 이름을 떨친 진보적 학자여서 안 의원이 추구하는 '새정치'에 부합하면서도 중량감까지 갖춘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힌다.
당초 광주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장 교수에 대한 서울시장 출마 요구는 안 의원이 그만큼 서울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교수는 개혁적이고, 호남 출신이고, 서울에서 지명도가 있는 데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득표력을 갖춘 만만찮은 후보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단 장 교수 본인은 "나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안 의원이 서울에 '필승카드'를 제시하려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박 시장에게 '선전포고'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 의원이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50%의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하다 지지율 5%에 불과했던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넘겨주고 그를 서울시장에 당선시켰던 과거 관계와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앞서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윤여준 의장도 보도전문채널 뉴스와이 '뉴스1번지'에 출연해 "박 시장과 안 의원 간의 개인적 관계는 개인적 관계일 뿐이고 공적으로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며 서울시장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박 시장의 재선성공이 대권반열에 확실히 오르는 지름길이라는 점도 안 의원이 독자후보를 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배경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당장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안 의원이 '박원순 떨치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안철수 신당에서는 박원순 시장을 떨쳐내면 민주당에서 차기 대선 후보가 없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서울에서 후보를 낸다는 것은 박 시장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