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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남자가 사랑할 때', 양아치의 흔한(?) 사랑이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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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남자가 사랑할 때', 양아치의 흔한(?) 사랑이 특별한 이유

    남자가 사랑할 때 보도스틸

     

    황정민이 주연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는 거칠고 진한 감성의 남자영화 '신세계' 제작진이 선보이는 멜로영화다.

    기획 자체도 신세계 촬영 도중 제작자인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와 황정민이 '찐득찐득한 멜로영화 한편 만들자'고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만약 신세계의 의리남 '브라더' 정청이 만약 범죄조직에 들어오기 전 사랑에 빠졌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자연스럽게 상상했다는 후문이다.

    이 영화로 데뷔한 한동욱 감독은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에서 조감독을 했다. 촬영 조명 미술 등 주요 스태프는 신세계 팀이 고스란히 참여했다.

    출연진은 황정민을 필두로 신세계의 연변거지 김병옥, 재발견된 박성웅 등이 특별출연했고, 범죄와의 전쟁에 출연했던 곽도원과 '독한 여사장' 김혜은이 극중 황정민의 형과 형수로 나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여기서 남자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수컷 냄새 진하게 풍기는 이 단어는 표현은 서툴지만 속정 깊은 남자의 사랑을 기대하게 만든다.

    한 감독 또한 연출의 변을 통해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우직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건달처럼 살던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반해서 일생을 건 사랑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다소 익숙하다. 그 남자의 진심이 불 보듯 예상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약점이다.

    하지만 요즘 한창 물오른 황정민이 그 남자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또 감독이 기존 영화와 차별을 두기위해 구성의 변화를 줬다는 점, 남녀의 사랑에 한정되지 않고 남자의 가족이야기가 추가된 점이 색다르다.

    특히 콩가루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서로를 속 깊게 보듬어주는 한태일(황정민) 가족의 사는 모습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소시민의 삶과 겹쳐져 온기를 자아낸다.

    나이 마흔이 다 된 태일(황정민)은 아직도 하나뿐인 형 집에 얹혀살면서 친구의 회사에서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한다.

    때로는 독하게 협박해 돈을 받으나 이래저래 사정도 봐주는 그는 어느 날 병원으로 채권회수를 하러갔다가 의식불명인 아버지를 돌보는 호정(한혜진)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구애방법도 모르는 그는 서툴게 접근했다 괜한 화를 돋우다 사채 거래하듯 자신과 만나주면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궁지에 몰린 호정은 그렇게 태일과 여러 차례 만나면서 태일의 진심을 느끼고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마음을 열게 된다.

    남자가 사랑할 때 보도스틸

     

    하지만 어렵게 서로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의 애정신이 한 두 차례 나오다 영화는 바로 2년 뒤로 훌쩍 넘어간다. 지난 2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엇갈린 두 남녀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은 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고 살아있다는 점이다. 한태일은 비록 양아치고 사랑을 표현하는 법도 서투나 호정에게 당당하면서도 솔직하게 다가간다.

    그러면서도 잘 보이고 싶어 외모에 신경 쓰고, 데이트 도중에 모텔 쪽으로 그녀를 은근슬쩍 내몰다 보기 좋게 거절당하기도 한다. 손발이 오그라들만한 대사는 전혀 없으나 "사랑한다 시발"이라는 말속에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식이다.

    형인지 원수인지 모를 영일(곽도원), 태일과 과거사(?)가 있어서인지 시동생의 사정을 잘봐주는 형수 미영(김혜은), '우정과 협잡 사이'를 오가는 친구 두철 등 주변 인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명한명 현실감있게 살아있다.

    삼촌을 친구처럼 막 대하는 조카 송지 역할의 신예 강민아는 하는 짓이 발칙하면서도 귀엽다. 아버지 역할의 남일우는 존재 자체가 우리시대의 아버지다.

    더욱이 세트 없이 전북 군산 곳곳에서 촬영한 장면들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마치 모든 인물이 그곳에 지금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사랑을 잡으려던 찰나 그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한 남자의 삶은 인생무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나마 따뜻한 기억 한조각이라도 있다는 것이 큰 위로다. 물론 누구에게는 이문세의 노래 '기억이란 사랑보다'의 가사처럼 그 기억이 사랑보다 더 슬프다.

    치매가 온 아버지께 난생 처음 불효자의 진심을 전하고 한 여자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짠한 눈물을 자아낸다.

    한편 최근 10살 연하의 여성과 사랑에 빠진 노총각 곽도원은 최근 언론시사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미연아 사랑한다. 오빠 영화보고 반성 많이 했다. 감동적인 영화였다. 여러분도 이렇게 뜨겁게 사랑해라”라고 외쳐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15세 관람가, 120분 상영,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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