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한수원 경주 조기 이전 무산, 최후 승자는 '한수원'

포항

    한수원 경주 조기 이전 무산, 최후 승자는 '한수원'

    자료사진

     

    한수원 본사의 경주 조기 이전 무산과 관련한 논란과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정수성 의원이 경주 시민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한데 이어, 이미 경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부 한수원 직원들마저 서울로 다시 복귀할 예정이어서 경주시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감이 커지고 있다. 조기 이전 무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경주시민들이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 한수원 본사 조기 이전 무산 논란 '지속'

    - 지난해 말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을 비롯해 최양식 경주시장과 조석 한수원 사장 등은 한수원 본사의 조기 이전 무산을 공식 발표했다. 경주지역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1천여 명에 달하는 한수원 서울 사무소 인력이 근무하거나 거주할 임시 사무실과 임시 사옥 등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의원은 "임시 사무실로 거론되던 서라벌대는 용도변경과 리모델링 기간을 고려하면 입주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리고 최대 수용인원도 300명 수준에 불과해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정치지도자들이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 이전 무산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 정수성 의원 경주시민에 '협박성 발언'

    - 정수성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경주 신년인사회에서 한수원 본사 이전을 연기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시간 이후부터 서라벌대학 운운하는 사람은 경주를 망치는 사람"이라며 "어떤 정치인도 서라벌대를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수원 본사 조기 이전 무산과 관련해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말라고 경주시민들에게 경고한 것과 다름없다.

    정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경주지역 여론은 들끓었다. 경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시민들의 여론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만의 틀에 갇혀 '독재정권'식의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일부 지역 정치인들은 정수성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의식해 몸을 낮추고 있는 시장후보와 시도의원 후보들을 상대로 '안하무인'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권이라는 권한을 지방선거 후보들을 상대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경주 근무 한수원 직원들 서울로 '유턴'

    - 이런 논란 속에 2013년 1월부터 경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수원 건설본부 인력 170명이 서울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건설본부 직원들은 지난해 말까지 본사가 경주로 완전 이전하지 않을 경우 서울로 복귀하기로 지난 2012년 노-사 합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건설본부 인력을 서울로 옮기고, 같은 규모의 인력을 경주로 이전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인력 순환 배치의 일환으로 노사합의를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 건설본부의 인력만큼 다른 직원들이 경주로 내려올 예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 한수원 직원들의 '경주 기피' 여실히 반영

    - 건설본부 인력의 서울 복귀는 결국 한수원 직원들이 경주근무를 얼마나 기피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수원 직원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서울,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번듯한 건물에서 다른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인 공기업에 다니는 한수원 서울 사무소 직원들은 원전비리가 터지기 전까지는 자부심이 상당했다.

    그런데 방폐장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수학여행 때나 한 번 가봤을 경주, 그것도 도심이 아닌 양북면으로 사무실을 옮긴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편의시설, 문화 환경 등을 감안하면 서울 한복판을 떠난다는 현실에 더 큰 거부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수원 노조는 지난해 본사 조기이전 논란이 계속되자 사무실과 사택 문제 등을 거론하며 "조기 이전할 경우 직원들은 울산이나 포항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다"고 협박성 기자회견을 하는 등 반발이 이어졌다.

    ◈ 본사 이전 알아서 무산시킨 '경주 정치권'

    - 한수원 본사는 당초 지난 2010년까지 경주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사 위치를 두고 양남양북감포의 동경주지역과 경주도심지 시민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지난 수년 간 격한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을 일부 이용했다. 선거를 앞두고 한수원 본사 부지를 도심지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해 시민들의 표를 얻는 방식이다.

    문제는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이런 선거전이 상당부분 힘을 썼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주 내부의 혼란과 갈등은 한수원 본사의 이전을 경주시민들이 알아서 늦춰준 셈이 됐다. 경주로 오기 싫은 한수원 직원들로써는 경주의 혼란과 반목으로 인해 '손 안대고 코 푼 격'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수성 의원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며 지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수원 본사 부지와 관련해서는 "그동안의 약속대로 동경주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던 정 의원이 조기 이전과 관련해서는 '현실론'을 택하며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결국 한수원은 2016년이 돼야 완전히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계획보다 무려 5년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모두 경주시민들이 떠안게 됐다.

    경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4성 장군 출신인 정 의원은 훌륭한 군인이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모습은 보면 훌륭한 정치인은 절대 아니다"며 "경주시민의 대표가 아닌 동경주지역의 대표인 것처럼 행동하는 정 의원의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RELNEWS:right}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