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이 '대선공약 파기' 비판에 직면한 것은 민주당과 주고 받던 '폭탄'을 결국 떠안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일제히 정당공천제 폐지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공천제를 폐지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 공천 폐지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결국 위헌 가능성 등을 앞세워 기초 공천제 '유지'를 당론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대선공약 파기' 공세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상황에 대해 "폭탄을 떠안았다"고 표현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이 폐지안을 절대 수용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폐지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책임을 져라"며 '폭탄'을 넘겼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공천제 폐지안의 장단점에 대한 사전 설명도 없이 자체 의원총회가 아닌 당원 투표를 통해 일방적으로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인사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공천권을 내주기 싫은 여야 의원들의 폭탄 돌리기가 새누리당의 공천 유지 '커밍 아웃'으로 이어진 셈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봐도, 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조금 더 손해를 보는 쪽이 새누리당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정당 공천제가 없어지면 민주당 소속 비율이 높은 서울, 수도권의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새누리당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공천제 폐지로 인해 현역 프리미엄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여당인 새누리당이 누렸던 '기호 1번' 프리미엄도 사라진다. 새누리당이 지금보다 의석 수를 더 쉽게 뺏길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