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이 자국 선수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지역에 전함과 수송기 등을 대기시키기로 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해군 준장)은 20일(현지시간) 국방부 웹사이트 성명에서 "소치 올림픽 때 비상사태가 발생해 관련 요청이 있으면 러시아 정부와의 협의 아래 흑해의 해군 전함 2척을 포함한 공군·해군 전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이 방안이 사전 대비 계획이고 지금 시점으로서는 군이 동원될 필요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CNN과 ABC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이와 관련해 미군이 투입되어도 선수단과 자국민 대피만 맡을 뿐 지역 경비나 테러 진압 등 작전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군사 행동은 러시아와 외교적 논의가 필요해 실제 대피 작전의 주무 부처는 국방부가 아닌 미 국무부(한국의 외교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올림픽 때 흑해에 전함 두 척을 기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러시아 측에 알렸다"면서 해당 전함이 구축함 1척과 소형 수륙양용함 1척이 될 수 있다고 ABC에 설명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말 소치에서 약 990㎞ 떨어진 볼고그라드에서 폭탄 테러가 잇달아 터지고 최근 올림픽 테러를 예고한 동영상까지 나와 안보 우려가 한층 커졌다.
위협의 배후로는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지목된다. 이들은 다게스탄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만큼 이곳을 러시아에서 분리해 이슬람 국가를 세워야 한다면서 반정부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다게스탄과 소치는 모두 러시아 남부 끝자락이지만 각각 동부 카스피해 지역(다게스탄)과 서부 흑해 해변(소치) 양쪽에 있어 둘 사이 거리가 1천㎞에 이른다.
러시아 당국은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승객들의 액체류 기내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소치에 경찰 4만 명을 배치하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했으나 주변국들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치 방문객들이 안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안보 전문가들은 올림픽을 노리는 테러가 소치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소치 올림픽은 다음달 7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